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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여파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청산대상 전락

박현경 기자 입력 06.10.2020 04:22 AM 조회 3,808
미국에서 '흑인 사망' 항의 시위 확산으로 인종차별과 연관된 역사적 상징물들이 퇴출당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청산 대상이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스트리밍서비스 HBO 맥스는 어제(9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유 콘텐츠 목록에서 삭제했다.

1939년 개봉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을 휩쓴 명작으로 평가받지만,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화하고 백인 노예주를 영웅적으로 묘사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HBO 맥스 측은 성명을 통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시대의 산물이며 불행히도 당시 미 사회에 흔했던 윤리적, 인종적 편견 일부가 묘사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인종차별적 묘사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틀린 것이며, 이에 대한 규탄과 설명 없이 해당 영화를 방영 목록에 두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HBO 맥스 측은 추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역사적 맥락에 관한 설명과 함께 콘텐츠 목록에 복귀시킬 것이지만, 영화에 별도의 편집을 가하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영화를 편집하는 건 이런 편견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일과 마찬가지"라며 "더 정의롭고, 공평하며,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려면 우선 역사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BO 맥스의 이런 조처는 영화 '노예 12년'의 각본을 작성한 영화감독 존 리들리가 전날 언론 기고문을 통해 HBO 맥스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삭제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직후 나온 것이다.
 리들리는 "이 영화는 인종차별 관행의 참상을 무시하며, 그러지 않을 땐 흑인에 관한 가장 고통스러운 선입견을 영구화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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