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코리아 창사 32주년 특별 이벤트

32년간 받은 사랑, 이제 우리가 돌려드릴 차례입니다.

"한 장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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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코리아와 친정어머니"

김혜진 님의 사연
라디오코리아 개국 32주년을 축하합니다.

하루에 두 번 출퇴근길 차 안에서 신속한 뉴스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청취하는 애청자입니다.
정다운 친구 만나듯 설렘으로 매일 이 시간을 기다립니다.
힘든 이민생활에 필요한 유익한 방송을 운영하시는 라디오코리아 가족 모든 분들의
크신 노고에 깊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라디오코리아와 친정어머니의 인연은 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갓 태어난 제 딸아이를 돌봐 주시러 1991년 미국에 오셔서 3년 전
90 세로 천수를 다하시고 이 세상 떠나실 때까지입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라디오코리아 애청자로 청취하시다가 1999년부터 기고를 시작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미국생활 동안 한국어 방송은 유일한 즐거움과 외로운 삶에 큰 위로가 되어 준
라디오코리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주말 어머니의 유품 중에 라디오코리아에 기고하셨던 어머니의 손 글씨 편지를 꺼내 보며
지난 세월을 회상했습니다. 많은 편지는 가로쓰기가 아닌 세로쓰기로 편지지 두 장을
연결한 원고로 어머니의 어린 시절에는 세로쓰기로 한글을 배우셨답니다.
어머니의 따스한 채취가 느껴져 금방이라도 “애야 밥은 먹고 다니니?”
하며 부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고려삼은 가운데 목은 이색대감의 19대손 학자이셨던 아버지의 막내딸로 자란
어머니는 글 솜씨가 좋으셨나 봅니다.
어머니가 쓰신 편지는 라디오전파를 통해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채택된 기고는 진행자 분께서 카셋트 테입에 녹음해
정성스런 선물과 함께 집으로 우송해 주었습니다.

라디오프로그램 주제에 따라 쓰신 많은 편지들 가운데 어머니날을 맞아
어머니에 대해 쓰신 글이 있었습니다.
21년 전 1999년 6월 7일자로 라디오 진행자님의 다감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배경음악과 함께
라디오전파를 타고 전해진 아래 편지 내용입니다.

“그립고 그리운 우리 어머니, 77세의 어머니는 천수를 다하시던 날
하얀 명주 수의에 곱게 담은 입술,
우아하고 천사 같은 모습으로 이 세상을 떠나가신 우리 어머니,
수많은 세월 불효했던 막내가 어머니를 여러분 앞에 자랑하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17세 어린 색시로 시집오셨습니다.
중매인이 어머니를 소개하는데 검정공단에 금실로 수놓은 것 같은 규수라 했답니다.
형제간 유산문제로 법정에 서야했을 때 어머니는 가난하게 살지언정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아버지께 진언하여 무마한 일,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6.25사변에서 두 아들을
학도병으로 나라에 바치시고 국민의 의무를 다 하신 듯 인고의 세월을 보내시며
고고하셨던 모습, 가난한 학자의 부인으로 많은 자녀 훌륭하게 키워내신 어머니,
이 세상에 떳떳이 자랑하고 싶습니다.
아침마다 안방 화장대위에 놓여있는 어머니 사진 먼지를 닦으며 어머니~~
하고 목메어 불러봅니다. 풍요로운 미국 땅에서 사는 행복감을 느낄 때마다
보리 고개 넘기시며 허리띠 졸라매시든 어머니가 더욱 더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이 세상에서 뵐 수 있다면 못다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저의 친정어머니가 라디오코리아에 보내신 전문에서 발췌했습니다.

유학으로 새 발걸음을 내디딘 미국생활에 초석을 놓아주신 친정어머니,
어머니는 검정공단에 금실로 수놓은 듯하다는 저희 외할머니를 닮고 싶으셨다는데
이제는 외할머니를 닮은 제 친정어머니를 비슷하게라도 닮고 싶은 딸입니다.

언제나 좋은 친구, 밝은 등불로 이민의 삶의 길을 안내해 주는
라디오코리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