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코리아 창사 32주년 특별 이벤트

32년간 받은 사랑, 이제 우리가 돌려드릴 차례입니다.

"한 장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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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가 준 행복"

Hilda Lee 님의 사연
<체크수령 인증사진>
Hilda Lee 님 사연 당첨을 축하 드립니다!
창사 32주년 특별 이벤트 공모 방송을 들으며
라디오코리아의 추억에 대한 노트를 뒤 적여 봅니다.

어려서부터 시 한 줄이라도 생각나면 짧게라도 메모하면서
나름대로 감성을 키우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젠 제 메모 노트에는 양파. 배추, 고등어. 병원 가기,
정수기 필터 전화하기, 등 생활에 대한 메모들만 빼곡히 적혀 있네요.

생활에 대한 기록들을 한 장 한 장 뒤로 넘기다 보니
라디오코리아를 처음 만나던 시절에 대한 메모도 찾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오래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살면서 가끔 LA에 올 때면 빅터빌을 지나 한참을 더 와야
라디오 코리아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한국어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방송 라디오코리아와
함께 새벽길을 운전하며 힘들었던 여정을 위로받곤 했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저희 가족은 LA로 이사를 왔어요.
뭐든 흔하게 되면 소홀해지고 중요하지 않게 여긴다더니 방송 역시 그렇더라고요.

\"지지지지 ~~~ 하면서 잘 안 터지는 전파를 안타까워하며 듣는 게 아니라 자동차에 올라
운전할 때엔 언제 어디서든지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되다 보니 방송에 대한 고마움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다시금 라디오코리아를 집중해서 듣게 됐던 것은
박찬호 선수를 응원하면서부터였습니다.
한국어 야구 중계방송을 해주는 라디오코리아를 듣기 위해 작은 라디오 한 대를 가운데 두고
친구들이 모여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뜨겁게 흥분했던 때가 있었네요.

그리고 LA의 모든 한인 동포가 한마음으로 붉은 악마가 되어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던
2002년 월드컴 축구 경기. 라디오코리아 잔디광장에 모여 붉은 악마 빨간 티셔츠를 입고
대형 스크린 앞에서 \"대~ 한민국!!! 짝짝짝.. 짝짝!! 소리소리 질러가며 응원했던
월드컵 중계방송은 제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 가운데 하나로 추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열정으로 응원하며 누군지도 모르는 옆 사람과 기쁨에 넘친 포옹을 나누었었죠.

월드컵 경기 중계방송과 라디오코리아 잔디광장에서의 합동 응원전은 라디오 코리아가
동포들에게 선사한 잊지 못할 역사의 한 수단이자 추억입니다.
동포들의 구심점인 라디오코리아에서 그런 이벤트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그 많은 한인 동포의 마음속에 그토록 아름다운 추억은 아마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잠 못 이루던 새벽에 김화진 씨가 진행하는 (출발 새 아침)을 듣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채팅도 하면서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청취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밝고 명랑하게 진행하는 김화진 님,
그리고 (출발 새 아침 ) 애청자들과 소통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출발 새 아침 ) 듣기 시작한 초창기 땐 사연도 보내 상품권까지 받아
그 선물 아직도 잘 쓰고 있습니다.

저녁에 하루 일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와 라디오코리아를 틀었다가
나근나근하고 따뜻한 목소리의 스텔라님이 진행하는 (저녁으로의 초대 )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피곤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목소리와 음악 그리고 가끔 읽어주는 책의 한 줄거리와 시는
하루 동안의 마음과 상처가 모두 힐링 되는 느낌입니다.

또 주말 새벽이면 화끈한 성격의 한마옥님이 진행하는 (쌩쌩 LA)로
즐거운 주말 아침을 맞이하고, 승기선 님의 ( 행복한 아침 ) 을 들으며
행복한 주말을 맡고 있습니다. 저의 주 중, 주말 모두가 이토록 아름답게 채색되는 것은
라디오코리아 덕분입니다.

머언 훗날, 손가락이 안 움직여지고 그나마 독수리 타법으로 카톡도 제대로 못하고
글도 잘 안 보이는 나이가 될 때 \" 예전엔 말이야 2020년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 온 세상이
힘들고 외롭고 지쳤을 때, 라디오코리아를 통해 여러 청취자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웃고, 함께 아파하며 2020년을 잘 견뎠지.: 하며 추억에 잠길 것 같습니다.
마치 담담하게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라디오코리아가 32주년을 지나 먼 훗날 창사 62주년 기념일을 맞을 때까지
저는 꿋꿋이 건강하게 잘 살아남아 라디오코리아를 추억할 겁니다. 100세 시대잖아요.

그땐 이벤트에 응모는 못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까지 만났던 모든 진행자분들과
유튜브 채팅창을 통해 함께 대화를 나눴던 모든 분들을
제 가슴속 추억의 항아리에 담아 영혼의 대화를 나눌 겁니다.

라디오코리아..... 사랑합니다.
그리고 모든 진행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할머니 올림. ( 50주년, 60주년 기념 때는 행복한 증조할머니가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