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본 배역 바꾸기, 정유미가 공유라면 [부산행 A to Z]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7.26.2016 15:28:13  |  조회수: 1291
주의: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는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이 개봉하기 전, 배우들이 네이버 V앱을 통해 무비토크를 했던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C 박경림은 배우들에게 '부산행' 속 자신이 맡은 역할 외 가장 탐나는 역할을 물었고, 배우들은 서로 맡은 역할을 칭찬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공유는 마동석의 캐릭터를, 마동석은 김의성의 캐릭터를 탐나는 캐릭터로 꼽았다.

배역은 이를 맡은 배우의 특징과 매력에 따라서 역할이나 느낌이 달라진다. '부산행' 속 석우(공유 분)의 딸 수안 역을 맡은 김수안의 캐릭터가 원래는 '아들'이었지만 김수안에게 반한 감독이 배역의 성별을 '딸'로 바꾼 일화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일화를 모티브로 상상해봤다. '부산행', 배역이 이렇게 바뀌면 어떨까? 물론500만 관객의 지지를 받은 지금의 캐스팅이 환상의 캐스팅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 공유가 마동석이라면?

영화 속 마동석이 맡은 역할은 임신한 아내 성경(정유미 분) 앞에서만 작아지는 상남자 상화(마동석 분)다. 연상호 감독에 따르면 상화와 성경은 원래 연상연하 커플이었고, 상화는 조금 더 어린 남자에 귀여운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마동석이 캐스팅되면서 '여리여리한 여성이 강한 남성을 휘어잡는 관계'라는 새로운 설정이 완성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상화는 건달이었지만 사랑하는 성경을 만난 후 손을 씻고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 극 중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부산행' 승객들의 목숨을 여럿 살리는 육체파 히어로다. 이 설정을 공유가 가져와 해보면 어떨까? 공유는 이미 영화 '용의자'로 한국형 제이슨 본에 어울리는 액션 영웅 연기를 멋지게 소화해낸 바 있다. 그가 상화 역을 맡았다면 지금의 코믹하고 편안한 느낌은 줄어들었을지 모르나, 누아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기가 막히게 폼 나는 '손 씻은 건달' 캐릭터가 완성됐을지 모른다.

◆ 정유미가 공유라면?

여름 성수기 개봉하는 영화 '빅4' 중 여자 주인공을 정면에 앞세운 영화는 단 한 편 '덕혜옹주'다. 이 리스트에 '부산행'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면 어땠을까? 영화 속 주인공 석우(공유 분)는 냉철한 성격의 펀드매니저로 아내와 이혼을 한 후 모친과 딸 수안을 키운다. 그는 바쁜 일상 때문에 딸과는 항상 서먹한 분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아버지상이기도. 그 뿐 아니라 석우는 '부산행'에서 좀비에게 쫓기는 승객들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리더격 인물이다. 활발한 두뇌회전으로 좀비들의 특징을 재빠르게 읽어내 탈출 방법을 착안하는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이 설정을 여자인 정유미가 가져와 영화 '헝거게임' 속 캣니스 같은 여성 영웅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여성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주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 안소희가 김수안이라면?

석우의 딸 수안이 어린 아이가 아닌 십대라면 어떨까? '부산행' 속 안소희가 맡은 역할은 당찬 여고생 진희다. 진희는 야구부 영국(최우식 분)에게 느끼는 호감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예쁘고 자신만만한 여고생. 청소년기 방황하는 자녀와 부모의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드라마틱하다. 만약 안소희가 아빠 석우에게 반항하는 십대 딸 수안 역을 맡았다면 석우와 수안의 관계는 조금 더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이 많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부산행' 속 좀비와의 사투 속에서 생존을 향해 나아가는 부녀의 모습 속에서 또 다른 드라마가 만들어졌을 지도 모른다.

◆ 마동석이 김의성이라면?

'부산행' 속 김의성이 맡은 KTX 승객 용석은 역대급 최악의 빌런(악당)이면서 이기주의에 물든 권력층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영화 내내 다른 사람의 생존을 방해하고 오로지 제 살길만 걱정하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답답함과 분노를 자아낸다. 그 뿐 아니라 용석은 마지막까지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극에 긴장감을 부여 역시나 악당의 면모를 보여준다. 만약 김의성의 역할을 마동석이 맡았다면 어땠을까? 어딘지 모르게 인간적이고 친근한 분위기의 마동석이지만, 그는 악당으로 변신하면 또한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다. 엘리트 느낌의 캐릭터에 맹수처럼 강인한 육체가 더해진다면 악당의 느낌은 배가 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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