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못 가도 당신은 이미 대배우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3.29.2016 13:43:20  |  조회수: 1576
천만 요정’ 오달수 첫 주연작 ‘대배우’

대학로 연극판 20년째 만년조연
생활고 못 견뎌 영화계 진출 ‘꿈’
오달수의 ‘자전적 이야기’ 같아

설경구·송강호·최민식은 ‘설강식’
박찬욱 감독은 ‘깐느 박’ 감독으로
영화판 유명인사 떠오르는 배역도



오달수 첫 주연작 ‘대배우’. 사진 (주)대명문화공장 제공

‘1천만 영화’의 단골 조연인 배우 오달수가 처음으로 단독 주연으로 영화 관객들을 만난다. 서울 대학로 무대를 지키던 배우가 충무로 영화계로 진출한다는 이야기를 뼈대로 했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셈이다.

영화 <대배우>(감독 석민우)에서 ‘장성필’(오달수)은 20년째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연극배우다. 어린이연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대사도 없이 “멍멍” 하는 게 전부다. 어릴 적 같은 극단에서 생활하던 ‘설강식’(윤제문)이 국민배우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대배우의 꿈을 꾸고 있다.

어느날 대한민국 대표 감독 ‘깐느 박’(이경영)이 새 영화 ‘악마의 피’의 사제 역할로 새로운 배우를 물색한다. 장성필은 새로운 연기 인생의 기회가 찾아왔음을 직감한다. 아내는 생활고에 힘들어 하고,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에 상처를 받는 상황이 겹치면서 장성필은 이 캐스팅에 필사적으로 임한다. 문전박대를 당함에도 설강식한테 매달린다. 과연 장성필의 스크린 데뷰는 성공할 것인가.

영화는 ‘휴먼 감동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게, 어찌 보면 슬픈 이야기임에도 시종일관 밝게 그려낸다. 오달수는 어려운 세상살이에 푸념을 늘어놓기는 하지만, 슬픈 순간에도 특유의 넉살과 여유를 잃지 않는다. 영화 <암살>에서 ‘영감’(오달수)이 죽음을 예정하고 있음에도 밝은 얼굴로 “우리 잊으면 안 돼”라고 말하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겠다.


오달수. 사진 (주)대명문화공장 제공

무엇보다 영화는 배우 오달수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는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해 10년 넘게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었다. 오랜 세월 생활고를 겪었고, 단역을 거쳐 2003년 <올드 보이>(감독 박찬욱)에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오늘날 오달수는 역대 1천만 한국 영화 13편 가운데 7편에 출연해 ‘명품 조연’의 자리를 굳혔다. 영화가 끝나면서, 관객들은 연극배우로 활약하던 1990년대의 오달수를 동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번 영화는 2002년 스크린 데뷔 이래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배우 오달수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영화는 김지운, 박찬욱 감독 밑에서 8년 동안 조감독을 맡았던 석민우 감독의 입봉작이기도 하다. 깐느 박은 박찬욱 감독을, 영화 속 영화촬영 장면은 <박쥐>(2009)를 떠올리게 하는데, 영화판 사정에 밝은 감독의 솜씨를 느끼게 한다. 설강식이라는 이름도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에서 한 글자씩 따와 만들었다고 한다.

오달수, 이경영, 윤제문 등 유명 배우들이 연기 경합을 벌이고, 무명배우의 성공담이라는 ‘스타탄생’의 구조를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식 마무리에 어떤 관객은 허탈함을 느낄지 모른다. 감독은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는 애초부터 실패의 이야기를 다루려 했다. 다만, 잘 실패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연극을 보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대학로 대 충무로’라는 구조로 짜여져 있는 대목에 눈길이 갈 것이다. 그리고, ‘충무로’가 ‘대학로’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전개된다는 점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극중 오달수는 절박하게 영화 출연에 매달린다. 영화 출연은 생활고를 해결할 수단이고, 남편이자 아빠로서 자존감을 회복할 기회이다. 현실의 냉정한 반영일 터이다. 실제 배우 송강호, 최민식 등이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었고, 많은 대학로 배우들이 ‘내일의 송강호’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대학로에는 2류, 3류 배우만 있고, 1류는 충무로로 간다는 피라미드 구조를 바탕에 깔고 있다. 영화 속 윤제문은 오달수한테 “넌 연기를 못한다”면서 영화 쪽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이런 설정에 대해 대학로 연극인들은 ‘의문’을 표시한다.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큰 물에서 놀고 싶어 영화를 꿈꾸는 배우는 많지만, 대학로의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미치도록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연극 대본을 받아 무대에 오를 수 있으면 마냥 행복하다. 한 차례 공연이 끝날 때, 다음 공연이 있는 배우와 없는 배우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실력을 인정받는 한 40대 연극 연출가는 “대학로 배우들이 연기를 더 잘한다고 본다. 이들이 영화에 못나가는 것은 한마디로 카메라를 못 받는 얼굴 때문이다. 40대 중반 이후 몇몇 남자배우한테 영화 쪽 문이 조금 열린다는 게 좀더 현실적인 설명”이라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의 한 기획자도 “영화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연극적 실험을 계속하는 배우들도 많다. 대학로 배우들이 충무로를 선망하는 것으로만 묘사한다면 현실의 한 측면만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석민수 감독은 “충무로가 대학로를 내려본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처음부터 노력했고 여러 연극인들한테 자문도 받았다”면서도 “연극배우들이 처한 현실이 있고, 대중적 방식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30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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