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가치, 시청률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11.06.2015 13:29:59  |  조회수: 1787
6일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아래 <마을>) 10회 시청률은 5.4%(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그 전회 4%대로 내려앉았던 시청률이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고작해야 평균 5%대를 오르내리는 시청률, <마을>은 결국 실패(?)한 드라마가 된 것일까?

시청률, 즉 대중들의 반응만을 놓고 보면 <마을>은 성공적이지 않은 드라마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성공적인 드라마란 무엇일까?'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드라마가 추구해야 하는 재미란 무엇인가?'란 질문도 던져보게 된다.

시청률 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은 수목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는 예뻤다>와 같은 사랑 이야기이다. 그게 아니면 '막장'이라도 좋으니 사건의 전개와 선악의 대비, 권선징악 코드가 분명한 드라마들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조명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절대 시청률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시청률이 높지 않아서 좋은 드라마, 혹은 성공하지 못한 드라마라면,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봐야 하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라면, 결국 브라운관에서 저런 프로그램이 설 자리는 없다.

드라마 <마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은 그렇게 다음 질문들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보기 편한 것, 즐기는 것만 만들어져야 하는가. 다수는 아니지만 그런데도 해야 할 이야기란 게 있을까. 시사 고발이나,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는 그저 장르가 다른 게 아니다. 이른바 '공기(公器)'로서 존재해야 할 방송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불가지론(不可知論)의 아치아라

<마을>이 10회를 마쳤다. 16부작의 장정 중 반을 넘어온 셈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점점 오리무중이다. 김혜진의 죽음으로 시작된, 아니 김혜진으로 추정되는 백골의 출현으로 이야기는 시작했다. 그러나 마을 내 사건은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김혜진과 연관된 모든 사람을 용의자로 만들어 간다. 내연 관계로 시작된 사건은 불법 입양으로, 이제 '더러운 피'를 연상케 하는 마을 내 유전병의 돌림으로 파문을 확산시켜 간다.

서창권(정성모 분) 회장과 내연 관계로 추정된 김혜진. 그녀와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육박전까지 벌인 서창권의 아내 윤지숙(신은경 분)으로 인해 최초의 사건은 이 삼각관계의 관련자인 서창권과 윤지숙을 용의 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이제 10회를 마친 <마을>에서 그 용의 선상의 인물은 동심원처럼 퍼져간다. 굳이 천도제를 지내며 젊은 영을 위로하는 서창권의 어머니 옥 여사(김용림 분)의 눈빛도 의미심장하다.

그런가 하면 김혜진을 도와주는가 싶더니, 그녀를 이용해 어떻게든 마을을 떠날 한밑천을 잡는 데 혈안이 된 윤지숙의 동생 강주희(장소연 분)는 도무지 정체를 알 길이 없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건의 실체를 알고 싶다는 서기현(온주완 분)도 석연치 않고, 이제 서창권 뒤의 실세 노회장 등 새로운 배후 인물까지 등장할 참이다.

오히려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계속 발생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김혜진 실종 사건에 저만치 밀려버릴 정도다. 심지어 사건을 애써 수사하려는 박우재(육성재 분)와 한경사(김민재 분)까지 한 번쯤은 의심하게 된다. 아니 왜 소윤은 그렇게 애써 언니를, 언니의 실종을 캐어내려고 할까?

웬만한 시리즈를 꿰놓는 연쇄 살인 사건조차 시시하게 만들어 버린 김혜진 실종 사건. 이 사건이 회를 거듭할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지는, 거기에 마을의 관련 인물들을 모두 용의 선상에 올리는 이유는 바로 그 누구도 쉽게 선악의 잣대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쉽게 그 누구도 '선'이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10회, 소윤(문근영 분)은 늦은 밤 자신을 찾아와 미술 선생님 남건우(박은석 분)의 추행을 호소한 가영(이열음 분)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 신고를 한다. 하지만 신고 과정에서 득의양양한 가영의 태도를 수상히 여긴 소윤이 가영의 휴대전화기를 빼앗아 그 내용을 보고, 자신이 이용당했음을 알게 된다. 가영은 남건우에게 사랑을 호소하다, 그와 강주희의 관계를 알고 난 후 배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허벅지 상처를 확인하려 했던 남건우의 행동을 빌미로 삼아 그를 추행으로 몰고 간 것이었다.

이런 식이다. 소윤은 선의로 시작했지만, 그녀의 선의는 가영에 의해 이용당하고 만다. 이런 가영-소윤의 관계는 마을 내 일어났던 사건의 전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 누구의 행동도 곱게 보아 넘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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