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 독해서 더 매력적인 `K-다크히어로`

글쓴이: Lucina  |  등록일: 04.28.2021 09:50:35  |  조회수: 555
다크 히어로들'이 코로나 19 장기화로 지친 대한민국 봄 안방극장에 아찔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의 사회를 구현하는 히어로들의 악당 처치 활극을 담은 슈퍼히어로물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온 인기 장르. 마블의 어벤저스 군단, DC의 슈퍼맨 원더우먼 등과 같은 할리우드산 히어로뿐만 아니라 '경이로운 소문'의 소문 등과 같은 토종 히어로들은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하는 피로회복제 역할을 톡톡히 하며 꾸준히 인기를  모아왔다. 많은 생각이 필요치 않는 단순한 서사와 국민 정서를 파고드는 정의 구현은 내재적 판타지를 자극하며 통쾌함을 선사했다.

히어로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 작품 속 히어로들은 실제 영웅보다 더욱 극적인 캐릭터로 묘사되며 화려한 장치들로 늘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하면서 히어로들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늘 정도를 걸으면 선한 마음으로 악당들을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는지 전형적인 히어로와 다른 결의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다크 히어로들'이 악의 방식으로 악을 처단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나 볼 법했던  '다크 히어로'들이 대한민국 주말 밤 안방극장을 장악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 연출 박준우)와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 연출 김희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드라마 모두 히어로 앞에 '다크'라는 설정을 추가해 기존 선역의 잣대를 뛰어넘는 보다 과감하고 진화된 복수 과정을 담아 사랑 받고 있다.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게 트렌드인 요즘, 시대에 걸맞게 다소 뒤틀린 히어로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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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훈, 사진제공=SBS

‘모범택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펜트하우스2' 후속작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충무로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제훈을 비롯해 김의성, 이솜, 차지연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방송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SBS 대표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연출한 박준우 PD가 연출자로 나섰고 영화 '조작된 도시' '톱스타' 등 영화판에서 각색을 맡아온 오상호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믿고 보는 출연배우들과 신선한 조합의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모험에서 시작된 '모범택시'는 신선함으로 새 활로를 찾는 데 성공하며 1회 전국 평균 10.7%로 시작해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더니 가장 최근화인 6회에서 16%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 가운데 드라마 주인공 김도기의 복수 과정은 악당의 모습과 더 비슷하게 그려져 시청자들을 다소 낯선 '다크 히어로물'의 매력에 빠뜨렸다. 여기에 '아동 성범죄' '염전 노예' '학교 폭력'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적 사건들을 드라마 속에 그대로 반영하면서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실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김도기의 복수 방식은 은밀하게 잠재됐던 우리네의 일탈 심리까지 묘하게 자극한다.

히어로물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쾌감을 일으키는 사건 해결의 성취에 있다. 김도기는 기존의 정의감 넘쳤던 히어로들과 달리 악인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했던 악행을 똑같이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전형적인 히어로의 정석 캡틴 아메리카보다 난폭한 힘을 주체 못해 종종 일탈을 일삼는 '베놈' 속 에디 브록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곳곳엔 다소 잔인한 묘사들로 피비린내가 진하게 진동하고, 사건에 따라 톤앤매너를 달리하는 김도기의 고군분투 원맨쇼는 자극적인 맛으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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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 사진제공=tvN

‘빈센조’는 흥행 타율이 높은 송중기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여기에 섬세한 연출을 자랑하는 '왕이 된 남자' '화려한 유혹'의 김희원 감독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묘사로 안방극장에 늘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던 '열혈사제' '김과장'의 박재범 작가가 집필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탈리아 마피아라는 생소한 소재에 대한 막연함과 송중기 외의 출연배우들의 입지가 약해 다소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그래서 '빈센조'의 빈센조 역으로 등장하는 원톱 송중기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기우였다. ‘빈센조’는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극적인 재미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향해 달리고 있다. 애초 정의 구현따윈 염두에 두지 않던 빈센조가 의도치 않게 만나게 된 악인들은 그의 잔인한 마피아 본능을 자극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다소 얼얼한 되갚기로 시청자들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겼다. 바벨그룹의 악행에 "피의 대가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며 음산한 눈빛을 발산하는 빈센조. 마피아라는 악의 집단에서 출발한 빈센조라는 캐릭터는 바벨그룹의 총수 장준우(옥택연)에게 돼지피를 뿌리는 등의 굴욕을 선사하고, 그의 동생인 장한서(곽동연)를 제편으로 끌어들일 만큼 대단한 행동력의 소유자다. 나쁜남자 스타일의 섹시한 두뇌를 겸비한 빈센조의 모든 면면은 '다크히어로'라는 캐릭터로 재탄생하면서 마피아라는 어두운 뒷배경은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 멋스럽게 치장됐다.

극 초반 박재범표 다소 과장된 캐릭터들의 향연은 산만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연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빈센조'만의 개성으로 변해갔다. 전여빈, 곽동연 등도 '빈센조'를 통해 재발견되며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 덕분에 '빈센조'는 시청률 10%대의 성적과 TV드라마 화제성 1위 등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 현재 아름다운 마무리가 예상되고 있다.


다크히어로가 주인공인 '모범택시'와 '빈센조'는 모두 쾌조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재와 캐릭터에 대한 신선함도 한몫했겠지만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현대인들의 분노를 교묘히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짙다. '모범택시' 속 김의성이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권력이 공정한지, 공권력의 심판은 적당한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데 이런 사회 문제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한 이치와 맞닿는다. 다만 최근의 다크 히어로들이 오락적인 특성을 띠며 자극의 역치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난세에 등장한 히어로가 왜 '다크'해질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해선 사회적 경각심을 울릴 만큼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러프한 '찐' 세상 속 두 다크 히어로의 존재는 우리네 잠재된 욕망의 발현이자 변해가는 시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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