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고객들, 예금 인출하려 20미터 긴 줄 '온라인·폰뱅킹 먹통'

글쓴이: graffee  |  등록일: 03.13.2023 17:29:08  |  조회수: 1173
SVB 본사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샌타클래라[미 캘리포니아주]

큰 동요는 없지만 일부 불안감 여전…돈 찾은 뒤에야 표정 밝아져
"직원들 급여 제때 줄 수 있어 다행"…"주말보다 100% 나아져"
'위기설' 돌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창구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13일 오전 8시 30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은행(SVB) 본사.

지난 11일에 이어 다시 찾은 이곳에는 이른 시간부터 20m가량의 긴 줄을 이룬 고객들이 은행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20여명의 고객들은 대부분 SVB와 수년간 거래해 온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이었다.

미 규제당국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 SVB에 대해 폐쇄 결정을 한 지 3일 만인 이날부터 거래 정지를 풀면서 예금 인출이 가능해지자 은행을 찾은 것이다.

SVB의 파산 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관계자가 수시로 은행을 드나들었고, 보안 요원들도 긴장한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번 SVB 사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언론사의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은행 오픈 시간인 오전 9시가 다 돼가자 FDIC 관계자가 나와 많은 고객들이 일시에 몰려 빚어질 혼잡을 피하려는 듯 온라인과 폰뱅킹도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고객의 출입을 안내했다.

미 당국의 발표로 예금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도 모두 인출할 수 있게 되면서 큰 동요는 없었지만, 불안함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 고객들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 보였다.

대기 줄에 선 한 고객은 인터뷰 요청에 "미안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정중히 사양했고, 다른 고객도 "노 코멘트"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고객도 "인터뷰하면 자칫 직원들과 회사 고객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었다.

은행 문이 열린 지 1시간가량 지나자 대기 인원은 40여명으로 늘어났다.

FDIC의 설명과 달리 온라인뱅킹과 폰뱅킹이 먹통이 된 상태라고 고객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금액은 밝히지 않은 채 SVB에 "많은 돈을 예치해 둔 상태"라고 밝힌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온라인 접속을 시도했는데 접속 자체가 안돼 직접 왔다"고 말했다.

FDI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 줄에 선 고객들은 그래도 당초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예금을 전부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객은 "돈이 묶일까 봐 주말 동안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예금을 보호해 준다고 하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운틴뷰에서 직원 400명을 둔 스타트업을 운영한다는 한 최고경영자(CEO)는 "수천억을 예금과 펀드 등으로 넣어 둔 상태"라며 "15일이 직원 급여 날인데 급여를 제때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그는 그러면서 "JP모건과 시티뱅크 등 큰 은행 쪽으로 자금을 옮기려고 한다"고 향후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은행 측은 혼잡을 피하기 위해 한 번에 고객 3명씩 질서 있게 입장시켰다. FDIC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현금 또는 체크(수표), 다른 은행으로의 송금 등 3가지 업무옵션을 물은 뒤 답변에 따라 이들을 안내했다.

예금을 인출하기까지는 대략 1인당 15분에서 20분가량이 소요됐다.

예금 인출을 기다리던 고객들은 은행에 들어가서 업무를 마치고 나온 뒤에는 대부분 다소 표정이 밝아졌다.

한 고객은 "캐시(현금)로 모두 인출했다"며 현금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흰 봉투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성을 밝히지 않고 자신을 투자자라고 밝힌 보브 씨는 "SVB와 25년간 거래해 왔는데, 폐쇄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며 폐쇄 결정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돈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주말 동안 마음을 졸였는데, 지금은 100% 나아졌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 SVB에 이어 '위기설'이 돌았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우려와 달리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은 없어 보이는 듯했다.

실리콘 밸리 인근에 있는 서니베일과 쿠퍼티노의 두 지점에는 모두 긴 대기 줄이 없는 등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 은행 주가는 이날 오전 뉴욕 주식시장에서 한때 60% 폭락해 거래정지됐지만 SVB 예금자들의 예금을 완전하게 보증하겠다는 당국의 대책이 이 은행 고객들의 불안감을 상당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였다.

10년간 이 은행과 거래해 왔다는 한 고객은 "오늘은 돈을 입금하려고 왔다"며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다 보호해준다고 하니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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