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는 형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12.30.2021 15:37:41  |  조회수: 1000
'그들의 일그러진 영웅'
동네 아는 형
엄석대와 한병태
'선택적 정의의 사람들'
지금 대선판의 어느 바보를 보는듯한 착각이 드는 소설의 제목이다. 그때까지는,이문열이라는 작가도 꽤 괜찮은 축(?)에 드는 작가였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현재 검찰조직과 같은 상황을  1987년 소설로 썼다는 사실에 찬사를 보낸다. 물론, 오적(五敵)을 쓴 김지하도 훗날에는 그 자신이 오적에 절여져 인간육(肉)젓이 되어 인생을 망쳤지만 그도 그 글을 쓸때는 꽤 쓸만했다. 두 인간은 어느 순간 변절자(?)의 낙인이 찍혀 주홍글씨를 지울 수 없는 38따라지 신세가 됐다고 본다.
**소설의 줄거리
이야기는 잘 나가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좌천으로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 국민학교 5학년 소년 한병태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당연히 학교도 시골에 있는 조그마한 학교로 전학을 오는데, 서울에서의 유복하고 안락한 생활이 몸에 밴 병태에게 새로운 학교는 촌동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도시 아이를 외국인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보는 반 아이들도, 학생들에게 좀체 살갑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교사들도 못마땅하기만 했다.
그런데 전학을 온 지 얼마 안 되어, 그는 무척이나 이상한 아이를 보게 된다. 전학을 온 학급의 급장(반장)인 엄석대였다. 학급은 철저하게 석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담임(영화판 이름은 최성식 선생)을 비롯한 교사들은 이런 석대를 무척이나 훌륭한 아이로 평가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석대는 그것을 바탕으로 폭력과 회유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사실상 학급의 왕노릇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그런 석대가 두려워서, 그리고 다른 학생들도 모두 그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엄석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석대는 새롭게 같은 반이 된 한병태 역시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만들려고 한다. 병태는 석대의 행동에 반감을 갖고 저항하지만, 학급이 굴러가는 꼴은 이미 병태의 가치관과는 안드로메다급 차이가 있었다. 급장 선거도 결국 석대의 손아귀에서 굴러갈 뿐이고, 심지어는 서울 출신이라 병태가 자신있었던 공부조차도 이기지 못해서 등수에서 밀려난다.
분명 규칙위반은 맞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냥 넘어가는 사소한 것들도 병태의 경우만은 칼같이 고발이 들어와 혼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교사들조차 병태를 골칫거리로 여기게 된다.
성적도 떨어지고 부모님에게도 혼나며 외로운 학창생활을 이어나가던 병태는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엄석대에게 복종한다. 아예 다음날 샤프 펜슬까지 뇌물로 바쳐가며 석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자 석대는 병태에게 자신의 권력을 일부 맛보게 해주며 아예 자신의 오른팔 자리에 앉힌다. 그동안 불공정했던 싸움 권력서열도 다시 바로잡았다.[8] 사실상 넘버2가 된 것이다. 본문에서는 '싸움 서열도 예전보다 두세 단계 오른 열두 번째로 올라섰다'고 나오는데 한 반에서 60명 가량의 학생들 중 12등이면 20~30명 수준인 요즘 학급으로 치면 대략 5짱 정도니 서울 출신 범생이로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석대는 병태에게 다른 아이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당번, 셔틀짓 등에서 제외시켜주는 특권과 이익을 안겨주었다. "내가 주는 물건은 받지 않았고, 어쩌다가 한 번 받게 되면 반드시 배로 갚아주었다."라고 한다. 그게 다 석대가 다른 학생들에게 뺏은 거라서 병태는 내심 찝찝해했다.
이 내용을 통해 병태가 그만큼 석대의 권력에 위협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비교적 엄석대 치하에 머무른 시기가 짧아 자유에 대한 갈망도 더 컸던 병태는 반을 넘어 사실상 학교 전체를 적으로 돌린 채, 한 학기 가량을 버텨냈다. 비록 한 번 꺾였지만, 가만히 놔둔다면 언제 다시 반역의 불씨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 편으로 포섭해서 끌어들인것. 석대가 주는 특권에 맛이 들려 병태도 점차 급우들과 동화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태는 시험시간에 석대의 측근 박원하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하게 된다.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자기 이름을 지우고 석대의 이름을 쓰는 것이다. 까막눈이 아닌 이상 자기 이름조차도 쓸 줄 모르는 바보는 없었기에 병태는 남몰래 원하를 찾아가 꼬치꼬치 캐묻고, 원하는 망설이다가 석대의 부정행위 사실을 얘기해준다.
짧은 부정행위 과정을 살펴보자면, 공부를 못 하는 석대와 공부를 잘 하는 원하가 나란히 수학시험을 친다 → 원하는 시험지 이름을 엄석대라고 적어서 냈고, 반대로 석대는 원하의 이름을 적어서 낸다. 그럼 누가 더 공부를 잘 하는 걸로 나올까? 사실 석대가 아주 공부를 못 하는 건 아니어서 과목당 80점 정도는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두 과목 정도는 대리시험 셔틀을 두지 않고도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대리시험 셔틀이 있는 과목 공부는 대강 하고, 셔틀이 없는 과목 공부에만 집중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엄석대는 급우들보다 나이가 많은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데 중학생들을 부리고 고등학생들과 어울리는 걸 보면 영락없는 중고등학생 나이다. 그 나이에 초등학교 5학년 시험에서 80점을 받는 건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어쨌든, 엄연히 공부 상위권에 속하는 병태는 미술시간에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비교적 사소한 셔틀짓을 자발적으로 했기에 대리시험에서 제외되었던지라 이 사실을 쭉 몰랐다. 물론 석대가 병태를 특별취급해준 것도 있지만. 점수를 아예 석대와 바꿔야 하는 다른 과목들과 달리 미술만큼은 예외적으로 빨리 그리면 두 장 그려서 낼 수 있으므로 석대 그림을 대신 그려주고도 자기 그림도 잘 그릴 수 있는 것.
덕분에 병태는 학급 1등은 못 해도 2등은 확실하게 지켰고, 석대를 제외하면 급우들 중 유일하게 전교 10등 이내에 들어갔다. 책에서 나온 바에 의하면, 보통 석대의 과목을 대신 시험치는 애들은 보통 그 과목에서 10점 이상은 기본적으로 손해보고 들어간다고 한다. 작중에서도 이 이야기를 들은 병태가 원하에게 "그럼 너는 15점이나 손해를 보잖아?"라며 경악한다. 하물며 그 시대는 중학교도 입시시험을 치고 들어가는 시대였으니 더욱 끔찍한 일이다.
병태는 이것을 교사들에게 고발해야 할지 고민한다. 모른 척 하기엔 찜찜하고, 그렇다고 고발에 성공해 교사들이 석대를 처벌해도 예전보다 더한 아싸 생활을 해야 될지도 몰랐고, 더욱이 라이터 사건의 실패를 겪은 적이 있었기에 일단은 함구하는 길을 택했다. 또한 석대가 다른 상위권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 것에 침묵함으로써 2등을 거저 얻을 수 있다는 이유도 있어서 일부러 모른 척을 택한 것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에 석대가 벌인 시험 뒤풀이에 따라가야 했기에 선생님에게 고발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이유였다. 석대는 그날의 뒤풀이를 거의 병태를 위한 자리 수준으로 만들었고, 권력을 맛본 병태는 석대의 체제에 안주하기로 했다. 실제로 그날 따라간 열 명 정도의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음식을 가져오게 하거나, 용돈으로 군것질거리를 사오게 하던지 하다못해 모닥불용 장작을 주우러 보내놓고 병태는 그냥 옆에 앉히고 잡담이나 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 학년이 바뀌었다. 병태와 석대는 6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고 서울에서 새로 부임한 젊은 남교사(영화판 이름은 김정원 선생) 김선생이 담임이 된다.
그런데 김 선생은 초반부터 이상한 분위기들을 여럿 느꼈다. 급장 선거를 할 때 만장일치로 엄석대를 뽑는 것, 명색이 2년간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는 아이가 정작 수업시간에 문제를 풀라고 시키면 몰라서 쩔쩔매는 것, 아이들이 담임교사가 아닌 석대에게 청소 검사를 비롯해서 모든 것을 검사받는 등 알려진 평판과 실제 행동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때문에 김 선생은 석대를 수상히 여기기 시작한다. 다른 교사들에게도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은 '자기가 잘 알아서 하는 학생이다', '성적도 1등, 청소도 1등, 운동도 1등인 학생이다', '엄석대 반은 뭐든 1등 반이다' 등으로 일관할 뿐이다.
석대는 대리시험이 들킬 것에 대한 불안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끝내기에는 이른바 전교 1등 엄석대로 지낸 수 년의 세월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고, 나름대로의 술수를 부리며 감시망을 벗어나려 했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더니 새 학년이 된지 한 달이 다 될 무렵, 사고가 터졌다. 학교에서 시험을 하나 쳤는데, 석대의 시험지에서 다른 이름을 쓰다 지운 자국이 발견된 것이었다. 게다가 아이들 성적도 조금 이상했는데, 석대는 독단적으로 전교 1등을 한 것에 비해 다른 공부를 잘 한다는 아이들은 전부 10등 밖으로 밀려난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누군가 조작을 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비상식적인 성적이었기 때문에 김 선생은 예리한 직감으로 석대가 부정시험을 치렀음을 알게 된다. 이후 김 선생은 석대에게 무지막지한 매질을 가하기 시작하고, 결국 아픔에 견디다 못한 석대는 "잘못… 했습니다."라며 처음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김 선생은 석대의 대리시험 셔틀들도 불러내어 누가 셔틀을 시켰는지 질문했고 이미 석대가 약해진 것을 본 셔틀들은 석대가 시켰다고 자백했다. 김 선생이 그들에게 기분이 어땠냐고 묻자 각자 죄스럽고 들킬까 봐 겁이 났다는 반응이었고, 이에 김 선생은 자기 몫을 빼앗기고도 분한 줄 모르고 불의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도 몰랐던 이 바보들에게도 분노해 매질을 했다.
결국 김 선생으로 인해 석대의 권위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렸다. 석대의 잘못을 나머지 아이들에게 질문하자 아이들이 하나하나 나서서 앞뒤를 다투며 엄석대의 잘못들을 너도나도 꺼내 담임에게 일러바친다. 원작에서는 뒤로 갈수록 엄석대를 향한 '임마', '새끼', '자식' 등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욕설들이 튀어나왔으며, 대화의 방식도 선생님에게 이르는 식에서 석대 면전에다 욕을 퍼붓는 식으로 변했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석대를 매도하는 와중에 병태만은 전학을 온 지 얼마 안 되어 잘 모른다는 핑계를 대며 엄석대의 잘못을 단 한 마디도 고발하지 않았다. 이때 다른 아이들은 병태까지 비난하나, 김 선생은 알겠다는 말만 하고 다음 아이에게 발언권을 넘긴다.
이런 병태의 행동에 대해서도 해석할 여지가 많은데, 이건 원작에서 그냥 설명해준다. 쉽게 말해 비겁하다는 것. 대충 "저 녀석들은 석대한테 개길 용기도 없이 바로 배 깔고 누운 주제에 실각하기 전에는 석대 밑에서 꿀 실컷 빨아놓고 석대가 권위를 잃으니까 쓰러진 놈 등 밟으면서 까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덧붙여 병태는 실제로도 의외로 석대의 악행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다. 5학년 한 학기 동안 석대에게 반항하다 반에서 왕따가 되고 나머지 한 학기는 역으로 석대의 오른팔처럼 지내는 식이라서 속을 터놓고 지낼 친구는 없었다. 게다가 교활한 석대는 병태를 괴롭힐 때도 뒤에서 시켜서 음습하게 괴롭히는 식으로, 병태 앞에서는 악행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었다. 병태도 번호가 뒷번호이다 보니 이미 어지간한 잘못은 다른 애들이 다 말한 뒤였고...
그리고 김 선생은 아이들이 지난 날에 저질렀던 비겁함의 값과 앞으로 삶에서 교훈의 값으로 아이들 모두에게 매질 5대씩을 하였다. 석대와 셔틀들을 때릴 때와 똑같은 강도의 매질이었다고 한다.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진 석대는 새로운 급장 선거 도중 자신의 표가 하나도 나오지 않자 학교에서 뛰쳐나가고, 이후에는 등교길에서 애들을 습격하며 끈질기고 집요한 복수를 하지만 선생님의 일갈에 자극을 받은 아이들의 저항에 부딪혀서 패하고 완전히 잠적한다.
김 선생은 당시 아이들에게 인기 있던 책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용기 있는 사람들》을 복수에 성공한 아이들에게 선물한 다음, 반 아이들이 부러워할 만큼 그들을 치켜세우는 식으로 아이들이 석대에게 저항하도록 자극했다.
자취를 감춘 석대는 재가한 어머니를 찾아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버리고 서울로 떠났다는 소문만이 들려왔다고 한다. -나무위키에서 발췌-
DISCLAIMERS: 이 글은 개인회원이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article is written by an individual, and the author is full responsible for its content. The viewer / read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s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e articles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e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