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버츠"에서 명장으로…다저스는 단축시즌서만 두 번째 WS 제패

송재우 위원 "로버츠 감독, 커쇼·얀선 중용책서 탈피…불펜 야구로 정상"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크게 웃으며 기뻐하는 로버츠 감독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몸담았던 지난해까지 다저스 사령탑 데이브 로버츠(48) 감독은 한국 팬에게 '돌버츠'로 통했다.

 

판에 박힌 '좌우 놀이'와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투수 교체로 다저스가 번번이 월드시리즈(WS)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자 팬들은 로버츠 감독의 지략을 '돌머리 작전'에 빗대 낮게 평가했다.

 

우리나라 팬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미국 팬들도 로버츠 감독의 '이상한 고집'을 비판했다.

 

다저스가 2017∼2018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무릎 꿇은 바람에 로버츠 감독의 지도력은 더욱 의심을 샀다.

 

그러던 로버츠 감독이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지 5년 만이자 세 번째 월드시리즈 도전 만에 마침내 정상을 밟았다. 다저스에는 1988년 이래 32년 만에 팀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다저스는 28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3-1로 따돌리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1988년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이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래 빌 러셀, 글렌 호프먼, 데이비 존슨, 짐 트레이시, 그래디 리틀, 조 토레, 돈 매팅리 등 7명의 전임 사령탑이 풀지 못한 다저스의 비원을 로버츠 감독이 마침내 해결했다.

 

"올해는 우리의 해가 될 것"이라던 장담을 현실로 이뤘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 들고 기념사진 찍은 로버츠 감독(왼쪽)과 선수들

[AP=연합뉴스]

 

 

6차전에서 로버츠 감독의 계투 작전은 신들린 듯 들어맞았다.

 

5∼6이닝을 던져주면 좋겠다고 '연막작전'을 핀 선발 토니 곤솔린이 1회 홈런을 맞고 1점을 주자 2회부터 불펜을 차례로 가동했다.

 

딜런 플로로부터 우승을 확정한 훌리오 우리아스까지 6명의 불펜 투수는 탬파베이 타선에 단 2안타만 허용했고, 삼진을 12개나 뺏어내 추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의 현란한 불펜 운용책은 잘 던지던 선발 투수 블레이크 스넬을 닉 앤더슨으로 바꿨다가 역전 결승점을 주고 무너진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의 계투책과 대조를 이뤘다.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이번 월드시리즈를 해설한 송재우 해설위원은 "막강한 전력을 구축한 다저스가 우승을 못 하는 게 이상할 정도"라며 "올해엔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고 평했다.

 

이어 "로버츠 감독의 선수 기용법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다만, 선발 클레이턴 커쇼, 마무리 켄리 얀선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던 경향에서 탈피해 선수를 다양하게 기용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송 위원은 특히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다저스가 4-2로 앞선 6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한 방 있는 우타자 마누엘 마르고트 타석 때 로버츠 감독이 공 85개만 던진 커쇼를 교체한 장면은 논란의 소지가 컸다는 점을 거론했다.

 



우승 후 커쇼의 얼굴을 잡고 함께 기뻐하는 로버츠 감독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커쇼의 불펜 투입 등으로 이전 월드시리즈를 망친 로버츠 감독의 또 다른 '오판'일 수도 있었지만, 더스틴 메이를 비롯한 3명의 구원 투수가 이후 무실점을 합작해 다저스의 승리를 이끌었다며 "로버츠 감독의 견지해온 자신만의 확고한 선수 기용법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고 짚었다.

 

한편 다저스는 단축 시즌에서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도 세웠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팀당 60경기의 단축 시즌을 치렀다.

 

정규리그 경기가 예년 162경기보다 100경기 이상 줄었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의 파업으로 팀당 162경기를 못 치르고 103∼111경기만 벌인 1981년 월드시리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당시 MLB 사무국은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로 나눠 시즌을 운영했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전반기 우승팀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디비전시리즈에서 서부지구 후반기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꺾었다.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따돌린 뒤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제압하고 우승했다.

 

송재우 위원은 "로버츠 감독은 단기전에서 불펜 야구를 선호했다"며 "이번에도 커쇼와 워커 뷸러 두 투수만 선발로 기용하고 나머지를 불펜으로 투입했으며, 더군다나 단축 시즌 덕분에 구원 투수들의 체력에도 큰 부담이 없던 터라 로버츠 감독이 예년보다 수월하게 계투 작전을 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