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뺏겼나 원래 없었나…껍데기 없이 핵만 남은 행성 첫 관측

연합뉴스 | 입력 07/02/2020 09:13:03 | 수정 07/02/2020 09: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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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30광년 밖 핵 노출 TOI 849 b "행성 내부 들여다볼 기회"

'해왕성 사막'에서 관측된 핵만 남은 해왕성급 외계행성 상상도

[University of Warwick/Mark Garlic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왕성 크기의 가스형 외계행성이 대기 없이 핵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처음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 행성은 행성 내부를 들여다보고 핵의 구성을 파악할 유례없는 기회가 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위스 베른대학에 따르면 영국 워릭대학 물리학과의 데이비드 암스트롱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730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과 매우 유사한 별을 도는 외계행성 'TOI 849 b'를 관측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행성은 해왕성급 이상 질량을 가진 행성이 발견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해서 '해왕성 사막'으로 불리는 별에 가까운 영역에서 발견됐다.

 

항성에 너무 바짝 붙어있어 궤도 주기가 18시간에 불과하고 표면 온도는 1천500도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암스트롱 박사는 "질량을 고려할 때 이상하리만큼 별에 가까이 붙어있다"고 했다.

 

TOI 849 b는 질량이 지구의 약 40배에 달하지만 반경은 지구의 3.4배밖에 안 돼 밀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철과 암석, 물 등으로 구성되고 수소와 헬륨 등은 매우 적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처럼 큰 질량을 가진 행성이 수소와 헬륨을 많이 축적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주 적은 양만 갖고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연구팀은 "이 행성에서 수소와 헬륨 가스를 볼 수 없다는 것에서 행성의 핵이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가스형 행성의 핵이 온전한 형태로 노출된 채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베른 행성 형성 및 진화 모델 상의 TOI 849 b(왼쪽 하단 노란 마름모)

가로 축은 항성과의 거리, 세로 축은 행성의 반경을 나타내며 각각 1AU에 지구와 1반경에 목성이 표시돼 있다. TOI 849 b는 6AU 거리에서 태동해 원시행성계 원반 내에서 약 100만년까지 반경이 커진 뒤 항성쪽으로 이동하며 반경이 줄게된다. 이후 약 350만년께 원반 내에서 다른 원시행성과의 충돌로 발생한 엄청난 열로 가스 대기가 부풀었다가 사라지면서 핵만 남고 이후 수십억년에 걸쳐 항성쪽으로 점점 다가서 현재의 상태로 발견됐다. TOI 849 b는 약 95억년 뒤 별에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University of Ber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베른 대학이 개발한 '베른 행성 형성 및 진화 모델'을 통해 TOI 849 b가 핵을 노출하게 된 원인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목성급 행성으로 존재하다가 별에 너무 가까이 다가서거나 다른 행성과 충돌하는 등의 사고로 대기가 거의 모두 날아갔거나, 핵을 형성한 뒤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해 아예 대기를 형성하지 못한 "실패한" 행성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 저자인 베른대학 물리연구소의 크리스토프 모르다시니 박사는 다른 행성과의 중력 작용으로 원시행성계 원반 내에 간극이 생기거나 대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원반 내 물질이 고갈될 때 대기를 형성하지 못하고 실패한 행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항성의 고에너지 복사가 대기의 기체를 이온화해 날려버리는 '광증발효과'가 대규모로 발생했을 수도 있으나 행성 대기의 가스를 모두 사라지게 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설명했다.

 

암스트롱 박사는 "이번 관측 결과는 핵이 노출된 행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고 이를 추적해 냈다"면서 "이를 통해 태양계에서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성의 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