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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통증, 근원적 치료 표적 찾았다"

박현경 기자 입력 02.25.2020 04:28 AM 수정 02.25.2020 04:29 AM 조회 3,517
인간의 뇌가 촉각을 느끼려면, 세포에 가해지는 기계적 압력이 '이온 통로(ion channel)'를 거치면서 전기 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돼야 한다.

기계적 에너지 변환(mechanotransduction)이라고 하는 이 현상은 청각·촉각·갈증 등의 지각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와 달리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기계적 통증에 관한 신경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기계적 통증의 지각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마침내 통각 뉴런(신경세포)의 세포막에서 발견했다.

TACAN이라는 이 단백질은 척추동물에 많이 보전돼 있지만,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었다.

알고 보니 이 단백질은 통각 뉴런의 세포막에 이온 통로를 형성해, 기계적 압력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온 통로는, 세포막 안팎으로 이온을 통과시키는 구멍 형태의 막 단백질이다.

전하를 띤 이온이 세포막을 통과하려면 이온 통로가 필요하다.

캐나다 맥길대의 레자 샤리프-나에이니 생리학과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맥길대는 어제(24일) 별도의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에서, TACAN 단백질이 발현하지 못하면, 통증을 주는 기계적 자극에 아주 둔감해진다는 걸 확인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샤리프-나에이니 교수는 "인간이 느끼는 대부분의 통증은 본질적으로 기계적인 것"이라면서 "이런 기계적 통증의 지각에 TACAN 단백질이 깊숙이 관여한다는 게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이 발견은 통증의 근원적인 치료 표적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낳는다.

특히 오피오이드(합성 진통·마취제)를 많이 쓰는 만성 통증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관절염, 류머티즘 관절염, 신경통 등을 앓는 환자는 종종 가벼운 신체 접촉에도 심한 고통을 느끼는 '이질 통증'에 시달린다.

이 증상은 정상 피부에 가해진 무해한 자극으로부터 오는 통증을 말하는데, 기계적 통증 수용체가 과민한 상태에서 생긴다.

샤리프-나에이니 교수는 "새로운 통증 치료법 개발의 희망을 주는,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면서 "TACAN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하는 강력한 진통제 개발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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