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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인권법에 격분한 중국…'1단계 무역합의' 먹구름 끼나

박현경 기자 입력 11.28.2019 04:46 AM 조회 2,26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27일)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에 서명하자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다.

가뜩이나 진통을 겪던 미중 간 '1단계 무역 합의' 도출에 불확실성이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오늘(28일) 홍콩인권법 통과를 심각한 내정 간섭 행위로 규정하면서 외교부 등 관계 부처를 총동원해 미국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도 사흘 사이 두 번이나 중국 외교부로 초치됐다.

중국은 브랜스태드 대사에게 홍콩 인권법 통과에 항의하면서 대미 보복 조치를 경고했고, 브랜스태드 대사 역시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계속해 지지할 것이라면서 맞받아치는 등 양국 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법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과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평가에 따라 홍콩의 지위가 격하되면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의 위상이 일거에 흔들릴 수 있다.

나아가 홍콩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중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이 "홍콩의 번영과 안정, 일국 양제 그리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역사적 과정 실현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한 것은 이 같은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홍콩 인권법을 심각한 주권 침해 행위로 규정한 이상 가까운 시일 안에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층이 미국의 상대방과 한자리에서 악수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라면 현재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1단계 무역 합의 협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현재 양국 정상이 1단계 합의 문건에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고율 관세 취소 여부 그리고 범위 등 여러 이슈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어 1단계 협상 타결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표면적인 중국의 대미 비난보다 행간의 메세지를 잘 읽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심각한 주권 침해로 간주하는 홍콩 인권법 통과에 강력히 항의하기는 했지만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거나,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당장 걷어차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은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외교부가 홍콩인권법 서명에 보복 조치를 위협했지만 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조치가 따를지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오늘 발표한 대미 비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해 비난하지도 않았다.

이는 향후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적인 타협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처로 읽힌다.

미국과 무역 협상 주무 부처인 상무부 역시 주례 브리핑에서 홍콩 인권법 서명이 향후 양국 간 무역 협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중국 역시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법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해봐야 별다른 소용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올라온 법안에 서명하면서도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낸 성명에서 "나는 중국과 시진핑 주석, 홍콩 시민에 대한 존경을 담아 이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상원 통과 직후 이 법안에 서명하는 대신 중국을 고려해 숙고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콩 인권법 법제화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미국이 당장 정치·경제적 파급력이 거대한 이 법을 활용해 중국이나 홍콩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할 가능성도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CNN은 "홍콩 인권법이 초당파적 지지 속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지만 그것이 즉각 효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홍콩의 지위를 격하했을 때 홍콩 경제에 거대한 타격을 주게 되는데 미국에서조차 이렇게 됐을 때 실제로 피해를 보는 것은 중국 본토가 아니라 무고한 홍콩 시민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홍콩 인권법이 "사람들을 잘못 골라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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