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실무협상 재개 무르익는데 美는 제재…대화국면에 영향 줄까

연합뉴스 | 입력 09/13/2019 17: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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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북한 통제받는 3개 해킹그룹 제재…"기존 제재 이행 차원"
트럼프, 볼턴 경질·리비아 모델 부정하며 한편에선 당근 제시
실무협상 재개 확정까지 북미간 '기싸움' 이어질 전망

 

미국 재무부가 13일(현지시간)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분위기가 고조되는 와중에 북한의 통제를 받는 3개 해킹그룹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북한이 이달 하순 미국과 협상 재개에 나설 의향을 밝히고 미국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가시권에 접어드는 대화 재개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국가적 지원을 받는 3개 악성 사이버 그룹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한다"면서 '라자루스 그룹', '블루노로프', '안다리엘'을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

 

이들 그룹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이자 북한 정보 당국인 정찰총국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중요한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앞서 미 정부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활동과 관련해선 작년 9월 북한 국적 해커 박진혁을 기소하고 박진혁과 소속 회사 '조선 엑스포'를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그동안 미국이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도 제재 역시 계속 취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강온 기조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29일 베트남에서 외화벌이를 해온 북한 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 소속 김수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지난달 31일에는 북한과의 불법 환적 등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을 제재한 바 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재개 분위기가 어렵사리 조성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제재여서 향후 북미 대화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북한 외무성 최선희 제1부상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밤 발표한 담화에서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말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응할 의향을 피력한 것으로 여겨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을 갖는 건 좋은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볼턴 전 보좌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한이 '인간 오작품'이라고 비난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방안으로 '리비아 모델'을 제시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리비아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비핵화를 이행했지만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 사살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부정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상응조치로 체제보장을 해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미 방송 CNBC는 "이번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자신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한 뒤 며칠 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제재 문제에 강하게 반발해온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리용호 외무상 담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강력한 제재' 언급에 "독초"라는 막말을 퍼부으며 반감을 표시했다.

 

또 미국이 지난달 31일 북한과의 불법 해상환적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는데, 최 제1부상은 한나절쯤 지나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북미 대화 재개를 둘러싼 살얼음판 형국을 의식한 듯 미 재무부는 이날 제재를 발표하면서도 "우리는 미국과 유엔의 기존 대북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킹그룹 제재가 새로운 형태의 제재가 아니라 이미 제재대상으로 범주화된 위반 사항에 대한 적용일 뿐이라는 뜻으로, 북한의 후속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제재에 대한 북한의 강한 알레르기 반응에도 불구하고 최 제1부상이 지난 9일 대화 재개 용의를 밝힌 것은 현 수준의 제재 조치가 협상 재개를 가로막을 정도의 큰 장애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지난 6월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장면


이런 맥락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 일정이 확정되고 관련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북미 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압박하는 목적으로 대화 재개를 시도해 왔다. 대화는 제재 완화를 포함한 북한의 양보 요구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둘러싼 북미 간 줄다리기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