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선 피습, 이란 연관 의심"…美-이란 긴장 증폭

연합뉴스 | 입력 05/14/2019 17: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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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타주 공격받은 노르웨이 국적 유조선[AFP=연합뉴스]​


이란, 진상조사 요구하며 거리두기…EU·UN은 자제 촉구

 

미국의 제재 강화와 이란의 반발로 양국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선 피습사건까지 불거져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의 동부 영해 인근에서 상선 4척이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행위) 공격을 받은 일이었다. 유조선 운항이 세계에서 가장 빈번한 호르무즈 해협 바로 인근이다. 

 

 

AP통신은 13일 미국 관료의 말을 빌려 미국이 피습사건과 관련해 이란을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급파된 미군 전문조사팀이 실시한 초기 평가는 이란이나 이란의 동맹세력이 배에 구멍을 내기 위해 폭발물을 사용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다만 미 관료는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이란의 소행이라거나 이란이 배후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란과의 연관성이 추가로 드러난다면 이란을 향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조직 지정, 이란의 원유 수출 금지 등 제재를 강화한 데 이어 이란이 미군이나 동맹국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정보 자산을 근거로 항공모함과 폭격기 등을 급파하며 군사적 압박까지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이란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가. 정권교체를 추구하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이란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무슨 짓이든 한다면 엄청나게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러시아 방문 일정을 미루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외교장관을 만날 정도로 긴박한 대응을 벌이기도 했다.

 

이란이 미군을 공격하거나 핵 개발을 가속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에 최대 12만 명의 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파견하는 것을 포함하는 군사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나왔다. 

 



美ㆍ이란 갈등 속 폼페이오 만난 英외무 "우발적 충돌 우려"[AFP=연합뉴스]

 

 

반면 이란은 상선들의 사보타주 공격이 발생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국과의 연관성에 일단 선을 그은 채 조사를 촉구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우려스럽고 유감"이라며 "지역 안보를 교란하면서 남이 잘못되길 바라는 이들(ill-wishers)의 음모를 경고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란은 미국의 제재 강화에 맞서 핵합의에서 약속한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 8일 발표하는 등 강대강 대치로 맞서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 배치한 항공모함 전단에 대해 "과거 심각한 위협이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타격목표"라는 거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달리 핵합의에 남아있는 유럽 국가들은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고 AFP는 보도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브뤼셀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어느 쪽도 의도하지 않은 긴장 고조로 인해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위험성을 매우 우려한다"며 '진정의 시간'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유엔(UN)도 지역의 평화를 위해 각국이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AFP는 상선 피습사건과 이란이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미국의 비난 사이에 어떤 고리가 공식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미국과 이란 간 교착상황에서 걸프 지역의 긴장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