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냐 투자냐'…美中 기술냉전에 동유럽 갈등 증폭

연합뉴스 | 입력 02/11/2019 11: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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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美 화웨이 배척 캠페인…中 수년간 정상방문·투자 약속
화웨이, 안보위협 제기 체코에 "철회 안하면 소송" 위협

 

 

미국이 안보위협 우려를 제기하며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을 제한할 것을 세계 동맹국들에 촉구하고 있지만, 동유럽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만만찮은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투자를 받아온 동유럽 각국 정부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 화웨이를 배제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으며 아예 화웨이를 두둔하는 나라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코에서는 국가안보 위협과 중국 투자·사업기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를 두고 정부 수뇌부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체코 정보당국은 지난해 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으며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가 이끄는 체코 정부는 화웨이 제품의 공무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위협 경고가 과잉반응이고 체코 정보당국이 '반(反)중국'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며 화웨이를 두둔하고 나섰다.

 

폴란드도 미국에 화웨이 제한을 약속하면서도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급격한 결정을 피하느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와 비공식 면담에서 화웨이 사용을 줄이겠다는 온건한 수준의 약속을 했다고 소식통 2명이 WSJ에 전했다.

 

폴란드 수사당국은 지난달 화웨이 직원 1명을 중국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이 직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화웨이는 이 직원을 해고하고 이 혐의가 자사 업무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폴란드 관리들은 폴란드가 이미 중국보다 미국을 선택한 것으로 비치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정부는 화웨이 편에 섰다.

 

슬로바키아 총리는 최근 화웨이 안보위협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화웨이의 도움을 받아 소방구급 네트워크를 구축한 헝가리 정부도 비슷한 반응이다.

 

동유럽 지역에서 화웨이 문제로 미·중 갈등이 불거진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통신시장 조사업체 델오로 통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유럽 무선통신장비 시장의 31%를 차지했다.

 

또한 유럽 각국이 5세대(5G) 통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중국과 한창인 '기술 냉전' 측면에서 유럽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수뇌부는 2012년 이후로 해마다 거의 모든 중부·동부 유럽 국가들의 정상을 만날 만큼 이 지역에 공을 들였으며 이 지역 정부들은 중국 투자·교역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워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6년 체코를 방문해 제만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으며 중국 기업들의 체코 투자 약속이 뒤따랐다.

 

반면 미국은 이번 주 동유럽을 방문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외무장관이 최근 몇 년 만에 이 지역을 찾는 가장 고위급 정부 인사다. 

 



이번 주 헝가리 방문하는 미국 폼페이오 외무장관(왼쪽), 헝가리 오르반 총리(오른쪽) [AFP=연합뉴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기자들에게 미국이 그간 강한 영향력을 보이지 않은 지역에 있었던 '공백 상태'가 채워지고 있다며 "바로 그 시기에 우리는 중국이 앞으로 나서는 걸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로서도 동유럽 지역은 서유럽 선진국들보다 시장 규모가 작지만, 쉽게 버릴 수도 없는 곳이다.

 

화웨이의 지역 대외업무 책임자인 오스틴 장은 이달 초 바르샤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다는 이유로 이 시장에서 싸울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자사 제품의 안보위협을 제기한 체코 사이버정보 당국과 바비시 총리에게 현지 책임자 명의로 서한을 보내 법적 대응을 위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체코 현지 신문 덴니크N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인용된 지난 1일자 서한에 따르면 화웨이는 체코 당국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중국 법률에 대한 분석도 없었다면서 체코 당국의 화웨이 안보 경고로 소매 활동에 손실을 봤고 브랜드 가치도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이어 체코 당국에 안보 경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이달 14일까지 응답이 없으면 법정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