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건 아니에요"…여러 드라마에 동시 출연하는 배우들

연합뉴스 | 입력 06/16/2017 10: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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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민, 엄효섭, 하석진, 김원해, 윤경호 등…편성변경·인기배우 쏠림 현상 탓

 

 

 

"어, 저 배우 좀 전에 죽었는데…."

 

밤 9시 드라마에서 자살 연기를 펼친 배우가 1시간 뒤 10시 드라마에서는 형사로 나와 뛰어다닌다.

 

스쳐 지나가는 단역이면 모를까 어떤 배우도, 제작진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요즘 종종 일어난다.

 

채널이 늘어나고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원래 계획했던 편성이 바뀌기도 하고, 사전제작된 드라마가 뒤늦게 편성되면서 '본의 아니게' 배우들이 중복 출연을 하게 된다.



 

◇ 형사였다가 도둑이었다가…현대극에서 사극으로

 

매주 토요일 밤이면 재벌 회장으로 시청자를 만나는 손창민이 월화 밤에는 사극 속 임금님이 된다. 지난 4월부터 SBS TV 토요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구 회장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치고 있는 손창민은 지난달 29일 시작한 SBS TV 월화극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곤룡포를 입은 진중한 임금이 된다.

 

'엽기적인 그녀'가 사전제작으로 완성된 뒤 뒤늦게 편성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그나마 방송 요일은 다르지만, 두 드라마가 같은 SBS에서 방송되고 있다.

 

윤경호는 주말에 잇따라 방송되는 드라마에 모두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일 시작한 OCN 주말극 '듀얼'에서 형사로 출연 중인 그는 한주 뒤인 10일 시작한 tvN 주말극 '비밀의 숲'에서는 도둑으로 등장했다. 다행히(?) '비밀의 숲'에서는 2회에서 자살하고 퇴장해 본격 등장은 안하지만 앞으로도 회상 신 등을 통해 끝까지 얼굴을 간간이 내밀게 된다.

 

같은 CJ E&M 계열 채널에 밤 9시와 10시 드라마에 잇따라 출연하게 된 것인데, '비밀의 숲'이 사전제작을 통해 완성된 후 편성이 뒤로 밀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앞서 김원해는 무려 3편의 드라마에 맞물려 출연했다. 지난 1~2월에는 KBS 2TV 월화극 '화랑'과 수목극 '김과장'에 잇따라 얼굴을 내밀었다. '화랑'이 사전제작을 통해 완성된 탓이다. 월화에는 '화랑'에서 가야금 장인 우륵을 연기하고 수목에는 '김과장'에서 대기업 경리부장을 연기했다.

 

KBS 2TV를 통해 월화수목 내리 시청자를 만난 그는 '화랑'이 끝난 직후인 2월 말부터 3월까지는 '김과장'과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 동시 출격했다. 심지어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조폭과 동성애자이자 게임회사의 팀장이라는 1인2역을 펼치면서 한주에 무려 3가지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아왔다.



 

 

또 서정연은 1~3월 SBS TV 월화극 '피고인'에서는 정신과의사, KBS 2TV 수목극 '김과장'에서는 대기업 상무로 출연했다. '피고인'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지적인 모습으로, '김과장'에서는 표독스럽고 야심에 찬 모습으로 등장했다.

 

SBS TV 월요드라마 '초인가족'에서 주류회사의 인간성 넘치는 부장을 연기하고 있는 엄효섭은 tvN '비밀의 숲'에서 비리 검사들의 스폰서를 맡았다가 살해당한 사업가로 출연한다. 1회에서 바로 살해당해 향후 본격 등장은 안하지만, 회상신으로 계속 얼굴이 나올 전망이다.



 

 

◇ 주인공도 예외 아냐…"본의는 아니어도 시청몰입 방해 요소"

 

'동시 출연'이 조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석진은 지난해 주인공을 맡은 두 편의 드라마가 10월 한달 동시에 방송되는 일을 겪어야 했다.

 

9월 시작한 tvN 월화 드라마 '혼술남녀'에서는 인기 학원 강사를 맡았던 그는 사전제작 드라마 '1%의 어떤 것'이 한달 뒤인 10월5일부터 드라맥스를 통해 수목극으로 방송되면서 수목에는 재벌가 철부지 자제로 시청자를 만났다.



 

 

한 배우가 출연하는 두 드라마의 방송 시간이 겹치는 '사고'도 발생한다. 그나마 최근에는 뜸했지만,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

 

2008년 10월 김갑수는 KBS 2TV 월화극 '그들이 사는 세상'과 SBS TV 월화극 '타짜'에 동시에 얼굴을 내밀었다. 2007년 4월에는 김병세가 MBC TV 월화극 '히트'와 SBS TV 월화극 '내 남자의 여자'에 나란히 등장했다. 같은 시간 두 개 채널의 드라마에 나란히 등장한 것이다. 심지어 이때는 사전제작도 아니었다.

 

이같은 '참사'는 드라마의 편성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작품 출연 계약을 할 때 약속했던 시점과 실제 방송 시점이 달라지면서 본의 아니게 배우의 겹치기 출연, 동시 출연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드라마 제작편수가 더욱 많아지고, 사전제작 드라마까지 가세해 인기 주조연의 경우 늘 '의도하지 않은 겹치기 출연'의 위험을 안게 된다.

 

이같은 배우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은 일견 재미를 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시청자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청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이같은 '사고'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사마다 편성 스케줄과 사정이 다르고, 그마저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기 배우에 대한 쏠림 현상을 막을 방법도 없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15일 "캐스팅할 때 인기 배우의 경우 앞뒤 스케줄을 반드시 체크하고 배우도 그런 점을 따져서 작품을 결정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동시 출연이 발생한다"면서 "드라마 경쟁이 치열해진 탓인데, 어찌 됐든 시청자에게 죄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