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정부 출범 앞두고 中·日, 동남아 외교전 '후끈'

연합뉴스 | 입력 01/11/2017 17:56:03
글자크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인쇄하기
아베, 필리핀·베트남 순방 경제·방위협력 강화…中 견제 행보
시진핑, 필리핀·말레이 정상 이어 베트남 권력서열 1위 초청

동남아시아를 무대로 중국과 일본의 외교전이 불붙고 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외교 공백을 보이는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이곳은 연간 물동량이 5조 달러(약 5천997조 원)에 이르는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데다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경제 성장 속도도 가팔라 세계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11일 필리핀 대통령궁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13일 필리핀을 방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작년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외국 원수들 가운데 처음으로 필리핀을 찾는다.

 

양국 정상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법과 경제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 폭격기와 군함 등의 '무력시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한 우군으로 필리핀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 총리는 13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터전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를 방문한다. 다바오 시는 1930년대 일본인 이주자가 늘면서 '리틀 도쿄'로도 불렸다.

 

아베 총리는 다바오 시에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집도 찾을 예정이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궁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아베 총리는 작년 10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중국인 군사 거점화를 추진하는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필리핀에 일본 순시선 제공과 해상자위대 연습기 대여,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농업개발 지원 등에 합의했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본을 '형제보다 더 가까운 특별한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필리핀에 이어 16일에는 이틀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한다.

 

그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비롯한 베트남 국가지도부를 만나 경제·방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폐기 위기에 놓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가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인 TPP 발효에 애를 쓰는 아베 총리가 베트남의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베트남은 TPP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며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였지만, 지금은 TPP 폐기 후폭풍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TPP에는 미국, 일본, 베트남 등 12개국이 가입했다.

 

베트남 등 일부 국가들은 꺼져가는 TPP 불씨를 되살리기 어려우면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대안으로 모색한다는 구상이지만 일본은 마땅찮게 여기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는 베트남에도 적극적인 방위 지원과 함께 최대 원조국으로서 지속적인 경제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작년 9월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푹 총리와 만나 베트남의 남중국해 순찰을 돕기 위해 기존에 제공한 중고 순시선 6척 이외에 추가로 신형 순시선을 주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이처럼 미국을 대신해 중국 견제 행보를 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동남아 우호세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은 아베 총리의 필리핀 방문일인 12일 중국으로 향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와 경제협력 방안 등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으려고 2002년 중국과 아세안이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과 관련, 후속조치로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은 행동수칙(COC)을 서둘러 제정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RCEP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자국 주도의 세계 경제질서 재편에 베트남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시 주석은 작년 10월 말 중국으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초청,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

 

당시 양국은 34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으로부터 해군 초계함 4척을 사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투자협정 체결 등 24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경협 보따리'를 받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미국과의 경제·군사적 '결별'을 선언하며 중국의 환대에 부응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필리핀이 이긴 국제중재 판결의 이행을 중국에 압박하지 않는 등 친중 노선을 걷고 있다.

 

이를 놓고 필리핀과 베트남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몸값을 높이는 '양다리 외교'를 통해 실리를 챙긴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