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입력폼

공화당 경선 주자 피오리나, 한국 술자리 경험 했다

안성일 입력 10.07.2015 05:43 AM 조회 1,815
전 휴렛팩커드(HP) CEO(최고경영자)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로 발돋움한 칼리 피오리나가 한국에서 술자리 경험을 소개하면서 "타인의 관습에 참여하는 것이 공통의 이해에 기반이 된다는 게 사실"이라며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강조했다.

피오리나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레이스에서 선두 도널드 트럼프를 위협하고 있다.

7일 피오리나는 자신이 집필한 회고록 '힘든 선택들'(2006년)에서 1990년대 초 미국전화전신회사(AT&T)의 자회사인 네트워크 시스템스의 이사로 방한, LG측과 얼굴을 맞댄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럭키금성 그룹(현 LG그룹) 계열사의 사장 비서가 "사장님이 피오리나 이사님을 전통 한국식으로 대접하고 싶어하시는데, 남자를 원하는지 물어보라고 하십니다"며 식사·술 시중을 들 사람으로 여성 대신 남성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피오리나는 "화들짝 놀랐지만" 곧 "나를 위해 특별히 따로 할 것 없이 보통 한국인 사업가들에게 해주는 것처럼 하면 된다"고 답해 결국 여성으로부터 시중을 받았다.

피오리라는 한국주재 미국직원에게 "사장 비서가 귀엣말로 전한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직원이 안절부절못하면서, 일종의 바비큐 파티를 말하는데, 방바닥에 앉아서 위스키를 많이 마신다. (기생파티에) 여성은 절대 초청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식으로 준비할 줄 알았다"고 답했다고 술회했다.

이에 대해 피오리는 한국 측 사장이 젊은 여성인 자신을 만나주는 '타협'은 하면서도 접대방식에선 타협하지 않은 것은 "나를 시험하는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피오리나는 "한국에서 권주는 존경의 표시이자 동시에 술 시합으로 주빈인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시험도 하기 위해 끊임없이 건배 제의가 들어왔다"고 했다.

"거절하는 것은 무례이기에 받다 보니 비우지 않은 위스키가 8잔이나 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오리나는 자신이 고기와 채소를 굽는 열기와 연기, 술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옆에서 시중들던 접대 여성이 '완벽한 영어'로 "체면을 잃어선 안 된다. 과음하거나 몸을 상해선 안 되니 도와주겠다"며 미리 갖고 들어온 나무 그릇에 몰래 술을 따라 버렸다.

피오리나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하고 있더라며 "그렇게 우리는 서로 상대 기분을 상하지 않게 술잔을 테이블 밑으로 사라지게 함으로써 건배를 외치고 마시고 체면을 지켰다"고 했다.

피오리나는 "그날 저녁 나는 멋진 시간을 가졌다. 나는 한국인 주최 측이 엄청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따뜻하고 재미있고 활력에 넘쳤으며, 나는 그 시간을 완벽하게 즐겼다"고 했다.

또 "우리는 음정이고 뭐고 목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그날 저녁을 마무리했다"고 당시를 아름답게 회상했다. 

피오리나가 이러한 것을 드러낸 것은 한국 술자리 문화의 어두운 면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성공적 협상을 위해선 상대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 신뢰를 쌓는 게 기본이라는 협상술의 사례를 설명하기 위한 때문이다.

피오리나는 "많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신뢰와 존경은 음주를 통해 구축된다"며 이는 "맨정신일 때의 자제력과 사무실 복장을 벗어 던져야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상대의 끈기, 정신력과 판단력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고 현지인들이 보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피오리나는 "이후로 오래도록 나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많은 음주 의식들에 참석"했으며 덕분에 중국에서도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는 등 음주 의식의 효용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방한 당시 피오리나는 "내가 여성이라는 게 도착 순간부터 이슈였다"며 "럭키금성에도 여성들이 매우 매우 많았지만 모두 흰 장갑과 작업복 차림이거나 엘리베이터 안내원이거나 비서들 뿐으로 자신같이 고위직에 오른 여성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피오리나는 "당시 사장의 문화적 입장에선 나 같은 젊은 여성을 상대하는 것이 위상과 지위에 걸맞지 않을 터였지만 설득이 주효해 당초 예정했던 20분간의 면담을 넘어 하루 종일 같이 있게 됐다"고 했다.

피오리나는 "오늘날까지 나는 한국과 한국의 성취에 대단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한국민과 그들의 따뜻함 그리고 유쾌함에 대해서도 다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내게 다시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선 술 시합을 벌여선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LG는 피오리나의 방한에 관한 기록이나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피오리나가 자신이 협상을 벌인 사람을 'president'라고 표기했으나, LG 측은 회장의 경우 'chairman'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presiden't라며 당시 계열사 사장을 가리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댓글 0
0/300
※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