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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주교, "나는 게이".. 애인과 함께 커밍아웃

주형석 기자 입력 10.04.2015 10:57 AM 조회 12,260
오늘(10월4일)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 ‘시노드’ 개막을 앞두고 바티칸 고위 성직자가 어제(3일) 전격 ‘커밍아웃’을 했다.

교 황청 신앙교리성의 크리스토프 카람사 주교는 어제(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

카람사 주교는 자신이 게이여서 행복하다며 침묵 속에 고통받는 모든 성수소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대변하고 싶다고 전격적으로 ‘커밍아웃’한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올해 43살인 카람사 주교는 폴란드 출신으로 2003년부터 올해(2015년)까지 12년째 바티칸에 몸담아왔으며 교황청 산하 대학에서 신학을 강의하는 등 저명한 학자로 꼽히고 있다.

이혼·동거·동성애 등 가족에 관한 이슈를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이 벌어진 지난해(2014년) 시노드의 ‘2라운드’ 격인 올해(2015년) 시노드를 앞두고 이뤄진 ‘커밍아웃’인 만큼 얼마나 파장을 일으킬 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AFP 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카람사 주교의 고백 시점이 시노드 시작 바로 전날인 점이 매우 의미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파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람사 주교는 일간 코리에델라세라 인터뷰에서 동성 간의 사랑도 가족 간 사랑의 한 종류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커밍아웃’ 이유를 밝혔다.

어제(3일) 이탈리아 로마 기자회견에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연인과 함께 동행한 카람사 주교는 교회 내의 호모포비아, ‘동성애혐오증’을 반대한다며 10개항으로 된 해방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티칸은 즉각 카람사 주교를 교황청 종무에서 박탈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시노드 전날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며 시노드가 언론으로부터 과도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번 시노드에서는 지난 해(2014년)와 마찬가지로 이혼·동거·동성애 등에 관한 가톨릭 사목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BBC는 올해(2015년) 시노드에서도 교계의 진보-보수 진영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동성애 등 섹슈얼리티 이슈에 관심이 쏠린다.

가톨릭 사상 처음으로 동성애 의제를 다룬 지난해(2014년) 시노드에서는 보고서 초안에 동성애에 관해 전향적인 견해를 담았다.

하지만 논란 끝에 최종본에는 동성애자 개인의 성향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본질적으로는 도덕적 악에 가깝다며 동성애를 ‘내재적 장애’라고 규정한 기존의 교리를 재확인했다.

무엇보다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교황은 동성애자 가톨릭 사제 논란에 관해 이미 2013년 ‘게이인 자가 하느님을 찾는데 내가 누구를 정죄할 수 있겠나’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태도를 확실하게 보여왔다.

지난해(2014년) 시노드에서는 “시대의 박동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동성애자들에 대한 포용을 말했다.

지난달(9월) 말 미국 방문 때에는 동성커플에 결혼증명서를 내주기를 거부한 공무원과 동성애자인 옛 제자를 각각 만나는 모습을 보이며, 양쪽 사이에서 화해를 꾀하는 행보도 보였다.

보스턴글로브는 교황이 새로운 언어로 전통을 방어하면서도 사목에 있어서는 포용을 강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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