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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멕시코인 혐오발언에 거센 역풍

안성일 입력 07.01.2015 05:17 AM 조회 1,803
내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9)의 멕시코 이민자 혐오 발언에 대해 멕시코인들의 공분이 가열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스페인어권 방송사인 멕시코 텔레비사에 이어 세계 2위 부자인 카를로스 슬림이 운영하는 '오라 TV'도 트럼프와 함께 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오라 TV는 멕시코 통신 재벌인 슬림이 미국 유명 TV토크쇼 진행자였던 래리 킹과 공동으로 설립한 인터넷TV다.  

슬림의 사위이자 오라 TV의 대변인인 아르투로 엘리아스는 성명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완전히 선을 넘었다.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과 일을 하면 제대로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멕시코 미인대회 사무국격인 '누에스트라 베예사'측은 트럼프가 소유한 미스유니버스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미스유니버스대회에 후보를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다.

미스유니버스 출신이자 누에스트라 베예사 사무국장인 루비타 호네스는 트위터에서 "멕시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정말 불쾌하고 화가 난다"며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은 각국의 조화와 평화에 오랫동안 이바지해온 이 대회의 정신에 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멕시코가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과 범죄를 가져온다"며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고 돈은 멕시코가 내도록 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미국과 접경한 도시인 레이노사에 작대기로 마구 때려 안에 든 과자를 꺼내 먹는 피냐타 인형이 트럼프의 모습으로 등장했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넘치고 있다.  

이에 미국 내 스페인어 지상파 TV방송인 유니비전은 지난달 25일 미스 USA 선발대회 중계를 거부하면서 미스유니버스 조직위와도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나흘 뒤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 공동 주관사이자 NBC 방송을 소유한 NBC유니버설도 중계 거부와 함께 트럼프와 사업적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NBC 방송의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면서 '넌 해고야'(You are fired)라는 대사를 유행시키며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트럼프는 이에 맞서 유니비전이 계약을 위반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5억 달러(약 5천600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는 미스유니버스 조직위와 공동 명의로 낸 소장에서 유니비전이 방송 중계를 거부한 것은 트럼프의 발언 때문이 아니라, 유니비전 소유주인 하임 사반이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니비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사실상 틀리고 법적으로도 말이 안된다"며 "오로지 우리가 대변하는 (라티노) 사회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이날 뉴햄프셔 유세에 나서는 길에 시카고 선타임스에 전화를 걸어 "문제는 NBC방송과 유니비전이 일으켰지만, 미스 USA 선발대회를 변함없이 치르기 위한 필요한 비용을 내가 감당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큰돈이 들겠지만, 대회에 참가한 아름다운 젊은 여성 50명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며 미스 USA 선발대회가 예정대로 오는 12일 개최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또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멕시코 사람들이 아닌 미국의 이민 정책에 관해 이야기 한 것"이라며 "사실만을 말했기 때문에 사과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도 2위를 달리고 있고,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대선 캠페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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