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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선진국 중 처음으로 IMF 채무 불이행 거의 확실시

안성일 입력 06.30.2015 05:19 AM 조회 985
그리스가 30일(현지시간) 만기인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갚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히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운명의 최대 분수령인 내달 5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국제 채권단과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그리스 국민을 상대로 치열한 홍보전에 나서 여론의 추이가 주목된다. 

이날 그리스 정부는 IMF 구제금융이 끝나는 이날까지 상환해야 하는 IMF 채무 16억 유로(약 2조원)를 갚지 못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익명의 그리스 관리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시간으로 30일 오후 4시30분 현재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상환 최종 시한은 IMF 본부가 소재한 미국 워싱턴DC 시간으로 오후 6시(한국시간 내달 1일 오전 7시)다. 

이 때까지 그리스가 돈을 갚지 못하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즉각 IMF 이사회에 체납 사실을 통지해 채무 미상환을 공식화한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서방 선진국 중 처음으로 IMF 채무를 갚지 않는 나라가 된다. 그동안 IMF 채무를 갚지 않은 나라는 짐바브웨, 수단, 쿠바 등 개발도상국밖에 없었다. 

IMF는 규정상 IMF에 대한 채무 미상환을 디폴트가 아닌 '체납'(arrears)으로 정의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민간 채권자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에만 디폴트로 간주하기 때문에 IMF 체납은 디폴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그리스가 IMF에 체납해도 민간 채권자들 상대로 연쇄 디폴트가 발생하는 공식적·전면적 디폴트 사태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현재 그리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유일한 생명줄인 유럽중앙은행(ECB)도 IMF 체납 이후에도 유동성 지원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예상했다.

그러나 체납과 디폴트의 구분은 용어의 차이일 뿐, 체납이 사실상 디폴트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막상 IMF 체납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 미칠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로존 정상들은 이번 그리스 국민투표가 곧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라며 그리스 국민을 상대로 압박에 착수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의 협상안이 부결되면 이는 그리스가 EU를 거부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부결은 그리스가 유로존 및 EU와 거리를 두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리스 국민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요청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기자들과 만나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하는지 또는 탈퇴의 위험을 무릅쓰고 싶어하는지가 국민투표의 쟁점"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B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그리스 국민투표를 유로존 탈퇴 투표로 볼 수 있다며 "그리스 국민이 반대에 투표를 하면 유로존 잔류와 일치하는 것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시리자 정권은 이번이 구제안 조건에 대한 투표로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는 투표와 무관하다며 국민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 공영방송 ERT와 인터뷰에서 "국민투표에서 우리의 목표는 그 이후 협상에서 더 잘 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제금융안에 대한 반대표가 강할수록 협상에서 그리스의 입지도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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