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마음 이야기

김재명

JM Company 대표

  • 작곡가, 재즈 칼럼리스트/작가
  • Queens College of Music, New York, NY 석사

휴식을 부탁해--------------------재즈칼럼20

글쓴이: Panda  |  등록일: 08.07.2016 06:52:18  |  조회수: 5587

휴식을 부탁해



정말 오랜만이구나.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매일매일 우편함 앞에서 니 편지를 기다렸었지.

아마도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아니었나 싶다.


잘 지냈니?


따듯한 마음과 다정한 말투 그리고 지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했던

너의 편지와 니가 무척이나 그립다.



무심하고도 무심한 내가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전적으로 '휴식' 때문이었어.


쉬어야 했거든.


TV를 보는 것 그리고 말을 하는 것 같은

일상의 작은 일들 조차도 할 수 없도록

몸은 반란을 일으켰다.


드디어,

내 삶의 첫 '휴식'이 시작된 거야.



그러나

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어.


몸은 누워 있었지만

마음은 너무도 시끄러웠거든.


해야 할 일, 과거의 기억, 미래에 대한 걱정, 잡념등으로

마음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고

피곤하고 초조해지더니만 급기야는 무겁게 가라앉아 버렸지.



나는 쉬지 못하는가?


근본적인 질문이 나를 충동질 하더구나.


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것인지 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것이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웠을 때

피곤하여 녹초가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채우기만 했던 삶.


그 곳에 '휴식'은 없었다.



'휴식'이란 어느새

나태하고 게으르고 방만하며 불편한 무엇이 되어 있더구나.



나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어.


'휴식'에 대한 이해가 절실했다.

진정으로 쉬어야 하는 시간이기에.



'휴식'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은 음악을 통해서 해 보기로 했어.


'휴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작곡가의 곡은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다는 생각 역시

음악을 통한 관찰을 부추겼지.



'쉰다는 관점'에서 살펴본 음악 속 '휴식'의 역활은 무지를 깨우고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너에게 '휴식'에 대한 그간에 관찰을 나누어 보려고 해.

시작해 볼까?



음악 속 '휴식'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보았어.


'케이던스(Cadence)'

'퍼마타(Fermata)'

그리고

'사이런스(Silence)'.



'케이던스(Cadence)' 이야기부터 해 보자.


'케이던스(Cadence)''마침' 혹은 '종지'라고도 불려져.

대부분 악구(Phrase)나 절(Section) 혹은 곡(Piece of Music)의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끌어 왔던 이야기에 대한 결론이자 해소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 할 수 있지.


대부분의'케이던스(Cadence)'는 멜로디적으로, 화성적으로, 그리고 리듬적으로 앞선 패턴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그것을 인식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지속되던 음악이 '케이던스(Cadence)'에서 어떻게 변화를 보이는지 설명해 줄께.

멜로디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음'을 향한 이동이 이루어져.


예를 들면, 다장조(C Major)를 이루는 음들은 다,,,,,,,(C,D,E,F,G,A,B,C) 인데,


이 중 첫번째 음(C)이 가장 안정적이야.

그 뒤를 이어 세 번째(E) 그리고 여섯 번째 음(A)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다섯 번째 음(G)도 멜로디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상대적 안정성'을 갖고 있다고 말해.


앞서 불안정한 음들에 의한 발생했던 긴장을 '안정된 음'으로의 이동을 통해 해소하게 되는 거지.



화성적으로는 크게 네 가지 형태의 마침를 목격할 수 있어.

바른마침(Authentic Cadence), 반마침(Half Cadence), 벗어난 마침(Plagal Cadence), 그리고 거짓마침(Deceptive Cadence)이 그것이야.


바른마침(Authentic Cadence)V-I 이라는 화성적 움직임을 특징으로 하고 있고,


반마침(Half Cadence)V 코드로 대변되는데 주로 곡 중간에 사용되는 마침이지.


벗어난 마침(Plagal Cadence)IV-I 이라는 화성적 진행이 특징이야.

이 마침은 찬송가 끝의 '아멘'을 부를 때 사용되서 '아멘 종지'라고도 불려.


마지막 거짓마침(Deceptive Cadence)VI 으로 해결되지 않고 I 보다는 불안정한 VI나 다른 코드로의 해결을 꾀하기 때문에 거짓마침 혹은 속임마침이라고 불리워져.


이러한 마침들의 목적은 앞의 이야기에 대한 화성적 해결이나 매듭 혹은 결론에 있단다.



리듬적 변화는 간단히 설명돼.

복잡했던 리듬이 '케이던스(Cadence)'에 와서 단순화되는 특징을 보이지.

주로 길게 음을 끌어주거나 쉼표를 이용하여 일정한 길이를 쉬어주는 방식으로 말이야.




'휴식'에 대해 '케이던스(Cadence)'가 시사하고 있는 점은 명료했어.

지나온 삶은 매듭, 정리,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

다시 말해 삶의 성찰로서의 '휴식'을 이야기 하고 있었지.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가 부른 '크라이 미 어 리버(Cry Me a River)'라는 곡이야.

'케이던스(Cadence)'를 찾으면서 들으면 더 재미있을 거다.



음악 속 두 번째 '휴식''퍼마타(Fermata)'란다.


'퍼마타(Fermata)'는 음악적 심볼인데,

이런 모양, 음악 악보에서 본 적 있을거라고 생각해.


'홀드(Hold)' 혹은 '퍼즈(Pause)'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어.


'퍼마타(Fermata)'는 본래의 음이나 쉼표보다 그 '길이'를 더 길게 끌어주라는 신호인데,


얼마나 더 길게 끌어주는가는

연주자나 작곡가 혹은 지휘자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단다.

이론적으로는 원래 길이의 두배라고 되어있어.


결국,

'퍼마타(Fermata)'를 통해서 '박자적 변화'를 꾀하는 건데,

음악에 표정이 생기는 것과 같아.


생각해 봐.

똑같은 박자와 빠르기의 음악을 계속 듣고 있다면 어떻겠니?


자연스럽지도 않고 재미도 없을거야.


'퍼마타(Fermata)'는 패턴화된 음악에 표정을 집어 넣어서 보다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단다.


뮤지션의 해석에 따라서 음악 중간중간 혹은 끝 부분에서 흔히 목격되곤 하지.



'휴식'에 대한 '퍼마타(Fermata)'의 메세지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

'휴식'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에 변화를 준다 라고.


조지 거쉰(George Gershwin)'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 라는 곡을 들어보자.

'퍼마타(Fermata)'곡의 변화무쌍한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어.




음악 속 '휴식'의 마지막은 '사이런스(Silence)'.

말 그대로 묵음, 침묵, 소리없음을 의미하지.


하지만, 그 소리없음의 역활은 실로 대단하단다.


'사이런스(Silence)'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소리없음은 또 다른 '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야.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실질적인 예를 들어서 '사이런스(Silence)'를 설명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여기 행크 모블리 5중주단 (Hank Mobley Quintet)이 연주한 '펑크 인 딥 프리즈(Funk In deep Freeze)'란 곡이 있어.

해드(head)를 들어볼까?




짧은 '사이런스(Silence)'악구(phrasing) 사이 사이에서 목격이 되는데

각각의 악구(phrasing)'사이런스(Silence)'를 통해서 생명력을 얻고 있어.

이 경우, 생명력이란 비트감과 긴장감을 통해 발현하고 있단다.


악구 사이 사이의 묵음으로 인해 음악의 비트감이 살아나면서 느낌(FeeI)이 살아나고

짧은 쉼은 긴장감을 주게 되서 음악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를 주고 있지.


또한 묵음 후 다시 반복되는 악구(phrasing)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니?



'사이런스(Silence)'가 보여주고 있는 '휴식'의 순기능은

지난 삶과 다가올 삶에 대한 생명력새로움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살아왔어.

하지만,

지혜로왔을까?



지난 삶에 대한 성찰을 위해

타성에 젖은 삶에 변화를 위해

과거와 현재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휴식'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중한 삶의 순간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비로서 알게 된거야.


우체부 아저씨가 전해주는 니 편지를 받고

나는 껑충껑충 뛰면서 좋아했었다.



알고 있겠지?


비록 우리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으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니가 느끼고 있을 삶의 고통과

행복하고자 하는 열망을

나 역시 느끼고 있다는 이 엄연한 사실이


혹여 혼자라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너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니가 어디 쯤 와 있는지

얼마나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랑하는 나의 친구야,


그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으렴.



그리고 진심으로


휴식을 부탁해.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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