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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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만남과 결혼]2년 동안 한 여자에게 60명 넘는 남자를 소개했지만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7.11.2017 08:34:22  |  조회수: 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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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여성회원의 아버지가
딸이 4월에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사장. 딸애가 결혼합니다. 2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네요.”
“아이고..아버님. 정말 축하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죠?”
“고생은 이사장이 했죠….”

그랬다. 고생은 내가 했다. 중매쟁이인 나에게 결혼소식만큼 보람되고 기쁜 일은 없다.

하지만 이 여성의 경우는 더욱 감개무량했다.


솔직히 말하면 오랜 체증이 가신 듯 후련했다. 그만큼 그 여성을 중매하는 게 힘들었던 것이다. 이 여성은 아버지가 찾아와서 가입했다. 혼기가 찼거나 직장생활로 바쁜 자녀를 대신해서 부모님이 가입하는 일은 많지만, 이 아버지는 유난스럽다고 할까, 그런 분이었다. 결혼 당사자인 딸도 아니고, 많은 경우 자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어머니도 아니고, 아버지가 일일이 나서서 챙겼다.
하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딸은 2년 동안 단 4명을 만났을 뿐이다. 소개받을 남성이 적어서가 아니었다. 60명 넘게 소개를 받았는데, 여성이 거절한 게 아니라 대부분은 남성이 거절했다. 6개월에 겨우 1명씩 만나 4번째 남성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소개가 너무 안 되니까 나중에는 꿈에 나타날 정도로 내게는 큰 고민이었고, 숙제였다.


아버지는 엄격하고 프로페셔널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부인에게 꼼짝 못하고, 외동딸 앞에서는 설설 기어다닐 정도였다. 아버지가 소개받을 남성을 수소문하면 딸이 심사해서 결정하고, 어머니는 옆에서 관찰하다가 아버지가 좀 소홀하다 싶으면 바가지를 긁는 것이 이들 가족의 역할 분담이다. 말하자면 아버지는 행동대장, 어머니는 감독, 딸은 심판관이라고 할까?
딸은 집에서 거의 공주대접을 받는 듯했다. 딸이 어머니에게 한마디 하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열 마디 하고, 아버지는 나에게 백 마디를 하는 상황이었다.

“아니, 그 남자는 왜 우리 애가 싫답니까?”
“도대체 그런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들은 얼마나 잘난 사람들인가요?”
“이사장. 내 체면 좀 살려주시오. 마누라나 딸애는 나만 보고 있는데, 내가 믿을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윽박지르기도 하고, 사정도 하고, 아버지와 나는 의도치 않게 밀당하는 것처럼 신경전이 벌어졌다. 만남이 잘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아지고, 아버지가 하도 나를 닦달하니까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가 되었다.

 
사실 이 가정의 모습은 요즘 아버지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밖에서 일만 하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었고, 집안일이나 자식 혼사에서 아버지는 주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랬던 아버지들이 달라지고 있다. 밖에서는 권위적이고, 호랑이인 아버지가 집에 들어가면 딸 바보, 아들 바보가 된다. 단순한 애착 관계가 아니라 자녀의 교육과 혼사에도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이 외동딸의 아버지처럼 아내와 딸에게 온갖 소리를 다 들어도 자신이 가족을 위해 할 일이 있고, 자녀와 얘기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 아버지 마음이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유능한 고래잡이는 가족끼리 함께 다니는 고래의 가족애를 이용해서 고래를 잡는데, 먼저 새끼고래부터 잡으면 엄마 고래는 그 곁을 떠나지 못해 따라 잡히고, 아빠 고래도 처자식을 살리려고 발버둥치다가 따라 잡히고, 그래서 고래가족을 다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빠 고래부터 잡으면 엄마 고래와 새끼고래는 도망을 간다고 한다. 이것이 한국 가정의 모습, 요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도 아버지라서 그런지, 이런 아버지를 만나면 마음이 짠하다. 지난 2년간 이 아버지의 온갖 잔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딸의 중매를 포기하지 않은 것도 내 직업의식도 있지만, 동병상련의 아버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딸의 만남이 잘 안 풀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여건보다 이성상이 너무 높고, 그래서 그 이성상에 부합되는 남성들은 그 여성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의 배경이 좋은 편이라 어찌어찌 만남이 성사되는 것인데도 딸은 그 사실을 모른다. 잘되면 자기가 잘나서이고, 안되면 부모탓을 하는 것인데, 이는 단지 이 여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1-2자녀 가정에서 자란 요즘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아버님. 남녀 만남이란 게 상대적입니다. 서로 마음이 맞아야 만나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따님이 원해도 그쪽에서 싫다고 하면 억지로 만나게 할 수는 없죠.”
“그러니까요. 왜 선택권이 우리 딸에게 없느냐는 거죠.”
“그건 따님이 못나서가 절대 아닙니다.
따님에게 맞는 남성을 만난다고 하면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이성상이 너무 높아서 맞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나 참. 이해가 안 가네요.
대학을 못 나왔나, 직장이 없나, 갖출 거 다 갖춘 우리 애가 왜 싫다는 건지….”
“아버님. 따님이 원하는 남성들에게 중대사는 대학을 나오고 나오지 않고,
직장을 다니고 안 다니고가 아닙니다.
그 이상의 수준인 거죠. 따님한테도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세요.”

이런 엇갈림, 거절당함의 상황이 계속 되는데도 딸은 워낙 귀하게 자라서인지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부모조차도 딸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 계속 나만 재촉했다. 모든 것이 딸 중심으로 돌아간다. 딸이 만족해야 부모도 마음을 놓고, 딸이 불평하면 부모는 가시방석이다. 지방에 근무하는 남성과 맞선을 보게 된 적이 있다. 여성 쪽 입장을 배려해서 남성은 서울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고속도로가 막혀서 남성은 약속에 30분 정도 늦게 되었고, 그 사실을 미리 알렸다.
웬만하면 남성이 먼 길을 올라오는 것이니 조금 늦은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여성의 부모가 한 일은 딸에게 남성의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약속장소로 출발한 딸의 뒤를 쫓아가서 혹시 딸이 화가 나서 나가버릴까 봐 계속 전전긍긍하면서 지켜보는 것이었다.
“저희 아이는 약속에 5분만 늦어도 난리가 나거든요.”
“남성이 따님 배려해서 멀리서 올라오는데도요.”
“기다리는 걸 못해요. 저희도 여러 번 얘기를 했는데, 그게 싫다니 어쩔 수가 없네요.”
“아버님. 그렇게 따님 위주로만 풀어가려고 하면 안 됩니다. 따님 중매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이사장. 힘든 일이니까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죠. 안 그러면 내가 나서죠. 그래도 사례는
하지 않습니까?“
내가 딸의 중매를 하느라 들어간 돈은 받은 회비의 10배가 넘을 것이다. 사람 하는 일이 어떻게 다 돈으로 계산되겠는가. 소소하게 들어가는 돈도 그렇고, 그동안 내가 쏟은 정성.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아예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사실 딸의 결혼에는 비화가 있다. 딸은 자신의 이성상을 만나기 어려움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으니 나로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래서 일종의 빅딜을 제안한 것이다. “이런 사람 만나려면 이래야 한다”는 것인데, 그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 그 제안을 아버지와 딸이 받아들였고, 그런 남성을 찾아주게 된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딸은 결혼하게 되었고, 나는 그 아버지로부터 해방되었다. 2년을 돌이켜보면 ‘어떤 사람에게도 짝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자식의 결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애환도 느꼈다. 힘들었고, 그러면서 생각도 많았던 아버지와의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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