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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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스토리 ] 내가 그날 새벽 2시에 산에 올랐던 이유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6.28.2017 21:57:23  |  조회수: 3653
내가 그날 새벽 2시에 산에 올랐던 이유
- 선우 CEO 이웅진

지난 6월24일

오랜만에 초등학교 모임이 있었다.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날 때면 온몸을 옥죄는 긴장에서 벗어나 무장해제가 되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자정을 넘기도록 술잔을 기울이고 있으려니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감정과 기억들이 다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와서는 요가 매트를 깔고 운동을 했다. 어지간해서는 운동을 빼먹지 않는데다가 가슴에서 열기가 가라앉지를 않아서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말 그대로 달밤에 체조를 1시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온몸이 흥분상태였다. 이대로는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무작정 집을 나섰다.그 시간에 내가 갈 곳이라고는 딱 한 군데 밖에 없다. 산이다.
 
새벽 2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서 깜깜한 산길을 걸어 북한산 형제봉으로 향했다. 간혹 느껴지는 인기척에 화들짝 놀란다. 새벽기도를 하러 온 사람들인 것 같다. 무서운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1시간 코스를 정주행했다.

시원한 새벽공기가 머릿속을 채워간다. 오랜만의 심야 산행이었다. 돌이켜보면 20대에는 1주일에 2-3번은 산을 찾았다. 열정과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었던 때였다. 또 이상은 높은데, 현실이 뒤따르지 않아서 울분이 쌓였던 때이기도 했다.

당시는 주로 도봉산에 올랐다. 도봉 삼봉 중 하나인 만장봉은 주변에 뽀족한 바위들이 많아서 올라가는 데만 빠른 걸음으로도 3-4시간 걸리기 때문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오를 수 없는 난코스였다. 희미한 후레쉬 불빛도 곧 사그라들었다. 건전지 살 돈도 없어서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서 어둠을 뚫고 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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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을 소진하고 산에서 내려오면 신설동 뒷골목 허름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부딪히곤 했다. 유창선, 전정식, 김진경, 그리고 나. 우리 넷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답답함을 술로 풀었다. 지금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싸구려 곱창의 연기는 아직도 그 매캐함이 느껴질 정도로 기억이 선명하다. 깡소주 마실 돈도 없던 우리들에게 그 질 낮은 곱창 안주는 호사였다. 그나마 목수로 일하면서 돈을 벌던 한 친구의 주머니를 털어 우리의 어느 젊은 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 시절, 독서회 사업은 기울고 있었고, 아직 창창한 20대 중반에 삶을 포기할 수도 없던,
그 시절에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낼 방도가 없어 어쩔 줄 모르던 나에게 산이 보였다. 목구멍까지 뭔가가 치밀어 올라 소리 한번 크게 지르고 싶었던 나로서는 밤이고, 낮이고, 시간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섰던 길이 첫 심야산행이었다.
 
첫날은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에 만족했다.
그 다음에 올랐을 때는 산이 보이고, 세상이 보였다.
그 다음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은 혈서를 썼다.
검정고시 학원에 다닐 때 은사이신  최승호 선생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다.
"보다 깊고 의연하라. 세상의...."

내 마음을 울렸던 선생님의 말씀을 삶의 지표로 삼기 위해 손가락을 깨물어서 백지에 “보다 깊고 의연하라.”고 썼다.
 

가야 할 방향도 없고, 돈도 없고, 그래도 걷지 않으면 안되던 20대의 한 시절.

어마어마한 열정이 있음에도 풀어낼 길이 없던 나는 일부는 술과 유흥 같은 걸로 풀고, 일부는 이렇게 산에 오르면서 풀어냈다. 그러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고, 선우를 시작하고, 오로지 나 자신의 전투력과 전술로 장벽을 넘으면서 모든 일을 나 혼자 다 할 수 밖에 없는, 마치 각개전투를 하듯 그렇게 20여년을 살아왔다.

얘기를 풀다 보니 등산 애찬론처럼 되었다. 늘 깨어있으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다 보니 자면서도 일하는 꿈을 꾸고, 온몸의 긴장이 풀리지 않아 열에 들뜨는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이 언제까지 계속 될지는 모르지만, 난 기꺼이 이런 몸과 마음의 각성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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