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phone_android 213-435-1113
sunoola

[이웅진의 만남과 결혼]고졸에 키작고 평범한 남성이 미인과 결혼한 사연?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6.27.2017 22:01:48  |  조회수: 3822

 

 

31.png

대표님. 저 엊그제 그 사람 부모님께 인사드렸습니다.

그분들이 더 적극적이시더라고요. 그래서 대표님께 제일 먼저 소식 알려 드립니다.”


전화기 너머로 감격해하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나 또한 감격했으니까. 사무실에 있던 매니저들에게 그 얘기를 하니 자기들 일인 양 기뻐했다.

그의 성공담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했다. 그만큼 사연이 많았다고나 할까.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5년 전이었다. 서른 살이었던 그는 고졸, 단신, 게다가 경제력도 없어서 우리로서는 그의 만남 상대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사람이 워낙 착하고 성실해서 나중에 잘 될 겁니다”라고 어찌어찌 여성들을 설득해도 막상 170cm가 되지 않는 그의 키 얘기가 나오면 다들 거절해 버리는 것이었다. 아무 소득 없이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단체미팅이었다. 많은 사람이 참가하니까 서로 마음에 맞는 상대가 확률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서조차 그를 선택한 여성은 없었다. 결국 남성이 직접 찾아와 내게 상담신청을 했다. 그를 앞에 두고 나는 격려를 해줄까, 현실을 얘기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가 듣기 좋은 소리 들으려고 나를 찾아온 건 아니기 때문에 후자를 선택했다.

“00님은 결혼에 있어서는 비주류입니다. 악센트가 없기 때문에 소개를 통해 결혼하기가 어려워요. 키, 학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결혼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일단 모아둔 돈도 별로 없고, 집 문제도 그렇고요.”
“그럼 전 가능성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에게 단서를 주었다.

“물론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학벌에 대해서는 콤플렉스를 느끼실 필요 없습니다. 20대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학벌로 평가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으로 갈수록 여성의 평가기준은 달라집니다. 능력을 갖추면 학벌이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한가지 제안합니다. 결혼하겠다고 그냥 달려들 게 아니라 지금부터 노력해서 자신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꽤 흘렀고, 그를 잊어버렸다.
그러다가 10년 후에 그가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이다. 면담 신청을 한 회원을 만나고 보니 그 남성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나 있었다. 왜소한 몸매가 더 말라 보였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게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하는데, 죽자 살자 매달려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고 했다. 한 달 수입이 1천만원대이고, 수도권에 50평 아파트도 장만했다는 것이다.
“10년 전이라 대표님은 기억이 잘 안 나겠지만, 그때 상담에서 많은 상처를 받기는 했습니다. 웬만하면 결혼을 하는데, 그 웬만한 축에도 못 끼는 건 내 책임이 아닐까, 태어나서 결혼이란 건 한번 해봐야겠다. 이런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때가 계기가 되어 누구를 만나건 최소한의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가 나를 다시 찾아온 이유는 물론 결혼을 하기 위해서였다.
예전에는 일단 여성을 만나게만 해달라고 했던 그인데, 여건이 좋아져서인지 여성의 조건이 달라졌다.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므로 45살인 자신과 9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졸의 키 작은 45살 노총각이 대졸의 나이 차이 나는 여성을 만난다고 하는 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거절했겠지만, 결혼과 인생에 대한 그의 의지를 알기 때문에 함께 노력해보기로 했다. 보통의 경우보다 10배 이상 힘이 들 것이다.

 

“00님이 원하는 여성을 만났다고 합시다. 그럼 뭘 해줄 수 있나요?”
“행복하게 해주는 거죠.”
“그건 너무 추상적이고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세요.”


그가 머뭇거리기에 내가 선을 정해주었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규모가 크건 작건 사업을 오래 하다 보면 고집이 세고 자기 주관이 강해집니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은 본인 스스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나를 믿고 따라와야 합니다.”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10년 전 그에게 이런 당부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키가 작은 사람이 배까지 나오면 정말 우스워 보입니다. 열심히 운동해서 키 크고 체력 있는 사람을 능가해야 합니다. 타고난 키는 어쩔 수 없지만, 몸매는 만들 수 있잖습니까?”
실제로 그는 다부진 몸매였다. 아무리 바빠도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해오고 있고, 담배도 끊었다고 한다.
남녀들이 많이 모인 곳에는 만남의 확률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100명이 있으면 각자 호불호가 다르고, 이성상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성도 생긴다. 먼저 그와 8~12살 차이가 나는 여성들에게 연락했다. 결혼준비가 된 45세 남성인데, 착하고 건강한 여성을 만나고 싶어한다, 결혼할 때 혼수는 안 해도 된다, 이런 내용이었다. 1천여명 중 14명의 여성이 만남 의사를 전해왔다. 매니저들이 의논해서 11살, 8살, 10살 차이의 여성 3명으로 압축해서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보고 앞의 2명으로 결정했다.
드디어 만남 상대는 정해졌다. 그전에 준비하고, 체크할 게 많았다. 외모, 스타일, 의상, 장소 등을 점검했는데, 그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너무 화려하지 않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하고, 삼청동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코스로 정했다.
그러는 사이 여성에게는 남성의 장점을 계속 어필했다. 이런 식이었다.

20대라면 학벌이나 외모가 중요하지만, 30대는 더 현명해야 하지 않나.
어떤 결혼생활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남성은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다.
82년생이면 적은 나이도 아니고, 결혼적령기의 끄트머리에 있는데, 이때를 지나면 세상은 가혹해진다.

그 후 두 사람은 만났고,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연락이 없다는 건 잘 만나고 있다는 거고, 그러다가 연락이 오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달 즘 지났을까, 남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성이 갑자기 안 만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계속 고민을 해온 모양이었다. 11살 차이, 고졸, 외모도 별로이고, 사업은 잘하지만, 연애는 숙맥인 남성에게 쉽게 확신을 가질 여성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남성은 어렵게 이뤄진 만남이라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본인들끼리 만나라고 놔둘 게 아니었다. 결국 나는 여성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남성과도 호흡을 맞추면서 3인 4각의 만남이 이후 6개월간 이어졌다.
6개월 동안 몇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첫 번째는 말 때문이었는데, 남성이 본인은 잘한다고 마음을 담은 문자를 보냈는데, 오해가 생긴 것이다. 나는 피하거나 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했다. 만남이 이어지면서 남성이 결혼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여성을 집으로 초대하라고 코치했다. 집안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요리솜씨를 발휘해서 대접할 것, 그리고 매너있게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잘 되어가나 싶던 차에 여성이 집안 소개로 맞선을 보게 된 일로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남성은 초조한 마음에 이성을 잃을 지경이 되었는데, 나는 “막으면 안 된다. 이 정도 관계에선 다른 이성을 만난다고 문제로 삼지 말라. 여유를 갖고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에게는 “얘기를 들어보니 맞선 볼 남성이 나이 차이가 좀 적다는 것, 일반 직장에 다닌다는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좋은 조건은 아니다. 일단 만나보는 건 좋은데, 이분과 끊지는 말고 2~3주 정도 생각해보라”고 했다.
다행히 여성은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 여성은 맞선 문제로 남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을 때였고, 그래서 남성에게 여성의 마음을 잡을 좋은 기회이니 과하지 않은 선에서 선물하라고 코치했다. 남성은 그녀에게는 지갑을, 그녀 부모님에게는 울 스웨터를 선물했다.
중요한 건 자신감이었다.
“00님은 고졸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 출신이라도 11살 터울과는 쉽게 못 만납니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30대부터는 능력이 중요하고, 00님은 그 능력을 갖췄으니 누구에게도 꿀릴 게 없어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여성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여성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 사람이라고 긴장 풀어지면 안 됩니다. 처음 같은 마음으로 대하세요. 그리고 결혼준비 되어 있으니 혼수 같은 거 일절 해오지 말라는 말, 분명하게 하세요.”
남성의 자신감 있는 태도에 확신을 가졌는지 여성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것을 허락했다.
“선물 뭐 준비할 거예요?” “좋은 식당 예약했는데, 그걸로 안되나요? 따로 뭘 준비해요?” “선물은 마음의 표현이에요. 얼마만큼 신경쓰고, 공들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죠. 건강식품 정도가 어떨까 싶네요.”
여성의 부모님은 이미 두어 달 전에 남성이 선물을 드린 것을 좋게 보았는데, 이번 선물로 자상하다고 칭찬을 한 모양이었다. 그날 인사드린 것을 계기로 여성은 드디어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나이 차이가 많은 결혼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합니다. 결혼하면 아내를 모신다는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잘 못하면 보통의 결혼보다 더 힘들어지고,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그분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늘 생각하고, 서로를 소중하게, 최고로 생각하고 사세요.”
이 말은 내 진심이었다.

이 남성의 사례는 한국적 결혼문화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와의 6개월은 가히 길고도 험한 길이었다. 결혼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결혼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구나 상황이 안 좋은 노총각이 결혼하기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부딪히며 감당해온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그의 만남과 결혼에 대해 돈이 어떻다느니 속물이라느니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은 경제력이 절대적이다. 또 이런 고민을 하고 준비를 해서 결혼하는 게 현실 아닌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선우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sunoo1111

커플닷넷
http://www.couple.net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unoo1111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unoo.weddingTV

 

 

DISCLAIMERS: 이 글은 각 칼럼니스트가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column is written by the columnist, and the author is responsible for all its contents. The us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is article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is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전체: 1,100 건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