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몸이 불편하신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 옆에 휠체어를 미는 병원 직원이 비켜서있어서,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또 방문객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저는 우리보고 먼저 타라고 하는 줄 알고, 어머님을 모시고 엘리베이터에 타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빈 휠체어를 밀면서 엘리베이터에 탄 직원이, 불쾌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데, 뭐라고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치료가 끝나고 병원 일층으로 내려오려고 하는 데,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하기에, 급하게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공교롭게도 휠체어를 밀던 병원 직원과 함께 타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 병원 직원은,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제게 뭐라고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너희들은 다 똑같은 것들이고, 남은 생각하지도 않고 너희만 생각하는 무례한 놈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큰 잘못도 없었는데, You people이라는 말을 들으니 화가 나서, 저도 한마디해주었습니다. 이 여자는 주차장까지 가는 1-2분 동안 계속 인상을 찌푸리며 주절거리는 데 불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손님이 왕이고, 더구나 환자를 모시고 가기 때문에 환자가 우선이어야 하는 데, 웃지는 못할망정, 병원 손님에게 불친절하게 주절대는, 뭐 이런 여자가 병원에서 일한다고 하나, 병원장에게 항의서한이라도 보낼까 생각했었습니다.
기분이 나빠져서 차를 타고 나오는 데, 제가 그렇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병원직원으로부터 핀잔을 들은 것이 억울해서 속이 상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병원이 아닌 곳에서라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불쾌했지만, 그 여자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하루 피곤하게 일하고 마지막 환자를 휠체어에서 내려놓고 이제 퇴근을 하려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어떤 동양인이 자기 앞으로 급하게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습니다. 지난번에도 같이 탄 동양인들이 시끄럽고 무례했었는데... 은연중에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이제 퇴근하기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데, 또 누가 급하게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탑니다.
조금 기다리지, 급하기는.. 쳐다보니 아까 그 녀석이었습니다. 피곤한 데, 계속 자기 앞으로 가는 동양인이 무례하게 느껴집니다. 퉁명스럽게 한마디 합니다. 덩치가 크니까 싸우자고는 못하겠고, 말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합니다. 그리고 말싸움이 계속됩니다. 에이 병원을 그만두던지...... 짜증스럽기만 합니다.
어쩌면 그 병원에서 일하는 여자는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은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하루가 편안할 수도, 또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설사 제가 모든 것을 다 잘했다고 해도 그날 오전은 아주 불편한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물론 그 여자도 심기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저만 손해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내 탓이요” 생각하고, “I am sorry”를 했으면 문제가 다 해결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싸움을 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직도 수양이 덜된 탓이지만, 양보나 배려는, 내가 잘하고, 내게 우선권이 있고, 또 내가 옳아도, 남의 상황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부모와 아이들, 또 부부간에 이런 저런 사소한 것 가지고 말다툼이 시작되거나, 서로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리고 그 후유증 때문에 가정에 쌩쌩 찬 기운이 부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에이 내가 져줘야 하는 데...” 후회스러운 때도 많습니다.
좀 더 노력해서 지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할 텐데, 나이 50이 넘었어도 이 모양이니, 사람 사는 것이 배우고 또 배워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남의 입장에 서서 남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양보하려고 노력하면서 살면 어떨까요? 넉넉하게, 한 번 씩 웃고 넘겨버리는 것이 어떨까요? 지는 생활을 하면, 이기는 삶을 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들고 불가능하게 보이지만, 설사 내가 옳다고 해도, “아이엠 쏘리”하면서 사는 것이, 승리하는 삶을 위한 첫걸음이 아닌가 합니다. 고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