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의 저자 박범신에 대한 성폭력 고발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10.21.2016 13:58:30  |  조회수: 1385
#문단_내_성폭력

우리팀이 소설가 박범*의 수필집을 편집할 때의 일이다. 그무렵 진행됐던 sbs 토크쇼, 여의도 벚꽃축제 강연 등과 일이 맞물려 우리팀, 여성팬 2명, 방송작가와 박범*이 술자리를 하게 됐다. 대낮이었고 소설가의 강권으로 이루어진 자리였음. 박범*은 방송작가를 옆에 앉히고 허벅지와 허리, 손을 주물거리면서 우리팀의 신상(주로 결혼했는지, 나이)를 꼬치꼬치 물었다. 방송작가는 준비하는 프로그램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쫒아다니며 아이템을 하나라도 더 따내야 하는 상황이었다.신체적 터치가 도를 넘는 것은 2명의 여성팬에게도 마찬가지. 10년이 넘은 사이라는 그들 작가-팬은 말로는 오누이인데 겉보기로는 룸싸롱 종업원과 손님이나 다름이 없었다. 쉴새없이 술을 따르고 따라달라 하고 몸을 만졌다.

청일점인 그는 우리 모두를 "은교"라고 불렀다. 중년 여성팬은 "늙은 은교", 편집자님(나)는 "젊은 은교", @@이(내 후배이며 박범* 커버 담당)는 "어린 은교". 몸집이 작고 연약해 보이는 편인 편집장님을 앞에 두고 "*부장은 약병아리야. 먹지도 못하겠어"라고 다분히 성적인 농담을 해 우리를 질리게 만들었으나 권력관계 탓에 아무도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영화 <은교> 제작시 주연 은교 역할을 맡은 여자배우 김고* 씨를 성희롱한 얘기를 우리에게 자랑스럽게 떠벌리기도 했다. 배우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김고*씨를처음 만난 자리라고 했음. 김고*이 어리고 경험도 없어 보여 자기가 물어봤다고 했다. "고*씨는 섹스경험이 있나? 이 은교라는 캐릭터는 말이야, 남자에 대해서 모르면 해석하기가 곤란해. 그래서 내가 묻는거야." 옆에 있던 남주연배우 박해*씨가 당황해서(옆사람도 당황할만한 말, 즉 성희롱적 발언이라는 것을 작가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김고* 씨가 대답 못하고 당황해 있는 것을 감싸주며 대신 "에이 선생님 왜그러세요" 하고 눙치며 넘어갔다고 했다. 아무튼 자기 작품의 섹슈얼한 요소에 대해 계속얘기함. 그러면서 우리를 꼬박꼬박 "은교"라고 부르는 것을 놓치지 않음. 왜? 은교는 성적인 판타지가 내포된 캐릭터라며 왜 여성 편집자들을 은교라고 부르는가?

여하튼 나는 그중 유일하게 결혼했다는 이유로 술을 따르지 않아도 되었고 대신 일찍 결혼한 것에 대한 농담섞인 비난을 받았다. 처음 소개받을 때 나더러 예쁘다고 했는데 결혼했다고 하니 김이 빠졌다는 뉘앙스였다. 역대 자기랑 일한 여성편집자 중 자기랑 모종의 관계가 없었던 이가 하나도 없다고 자랑함. "원래 남자작가랑 여자편집자는 그런 관계야" 술자리가 파할 때 거나하게 취해 더 마시고 가라고 붙잡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포옹도 꼭 한두 번씩 하고서야 놔줬다. 그나마 편집장님이 가드를 쳐주고 막내편집자가 비위를 맞춰준 덕에 중간치인 나와 대리님은 그나마 그 성희롱 폭격 대잔치에서 덜 상처받을 수 있었음. 두 명의 중년 여성팬 중 예쁘지 않은 분은 딱보기에도 소외를 당했다는 것도 기가 찬 일이다. 남자 작가 1인이 세 시간 남짓 동안 7명의 여성을 성희롱했으며 그중 1명은 바로 옆에서 내내 어깨 허리 허벅지 손을 터치당했다.

집에 와서 당시 남자친구에게 울면서 이 일을 말하고 어떻게 할지 상의했으나 너무 유명한 작가고 나는 회사를 그만둘수도 없어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냥 말았다. 너무 분하고 짜증이 나서 엉엉 운 게 기억 난다. 그러고도 계속 당연히 작가님작가님 하고 대해야 했지만.

지금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그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이고 다른 출판사에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출판사에 몸담고 있다면 유명 작가의 성희롱을 이야기했다는 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작가 당사자가 나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까, 고용주들이 나를 꺼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절대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다른 여성편집자들이 어떤 남성 문인 혹은 상사인 남성편집자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작가가 말했듯 "남작가와 여성편집자는 원래 그런 사이"라는 쓰레기 같은 권력차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은교, 나는 은교라는 이름만 봐도 토악질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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