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송강호, SF보다는 시대극이 내 취향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8.29.2016 16:46:11  |  조회수: 892
송강호는 언제나 대중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그는 정형화된 틀이 없다. 예상했던 연기를 벗어난다. 그것이 ‘연기의 맛’이고, 창작의 희열이다. 대중이 따라 잡으려고 하면, 그는 멀찌감치 달아나 모퉁이를 돌아선다. 그는 미지의 연기 세계를 향해 휘적휘적 걸어간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 송강호는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 역을 연기했다.

28일 오후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이정출이라는 인물 보다는 일제시대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이정출이 이렇게 살아왔습니다’가 아니예요. 회색빛 인간을 통해서 암울했던 시대의 고통과 슬픔을 말하려고 했죠. 이 영화는 누가 밀정이냐를 탐구하지 않아요. 혼돈의 가치관이 난무했던 시대를 담아내는게 중요했어요.”

‘밀정’은 독립운동가 김시현과 일본 경찰 경부 황옥 사이에 벌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정출의 모태가 황옥이다. 황옥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그가 밀정이었는지, 아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오히려 명확했다면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자유롭게 접근할 여지가 생겼죠.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창의적으로 인물을 만들어갈 수 있었죠. 사극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엔 옛 말투를 쓰고, 경직된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관상’ ‘사도’를 해보니까 무궁무진하게 변주할 수 있더군요. ‘밀정’도 경직되지 않은 느낌이 좋았어요.”

‘관상’ ‘변호인’ ‘사도’로 이어진 최근의 필모그래피는 일부러 원한 것이 아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시나리오에 담긴 이야기가 좋아서 선택했다. 그래도 “내 취향이 SF 보다는 시대극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작 ‘사도’에서 영조의 본질이 어마어마한 외로움이었다면, 이정출의 본질은 혼란스러움이겠죠. 정체성의 혼란입니다.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자면 ‘마음의 빚’입니다.

그는 의열단 핵심 여성단원 연계순(한지민)의 작은 손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 작은 손이 일제치하의 우리 민족처럼 느껴졌다. 과장과 과잉 없이, 그 손 하나로 감정의 가장 깊은 울림을 자아낸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모호한 캐릭터잖아요. 지금까지는 모두 확실한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국적이 없고 정체성이 없는 캐릭터를 처음 해봤는데, ‘연기의 맛’이 있더라고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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