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부산행' 신드롬을 바라보는 세가지 시선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7.25.2016 15:41:15  |  조회수: 931
'전.대.미.문'한 흥행 신기록이 연일 극장가를 강타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연상호 감독, 영화사 레드피터 제작).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등이 가세했고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로 개성 강한 연출력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실화영화,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앞서 '부산행'은 올해 5월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부문)으로 공식 초청을 받아 전 세계 씨네필의 호평을 얻었다. 특히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는 "역대 칸영화제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다"라는 이례적인 찬사를 쏟아낼 정도로 칸을 달궜는데 국내 역시 이런 뜨거운 반응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며 올여름 극장가를 후끈하게 만들었다.

'부산행'은 지난 20일 개봉 이후 역대 한국영화 최고 사전 예매량(20일, 32만3186장),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20일, 87만2232명), 역대 최단 100만 돌파(20일, 개봉 1일차 143만7846명)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23일, 128만950명), 역대 개봉 첫 주 최다 관객수(24일, 531만5567명) 등 일일 평균 100만 관객을 끌어모으더니 개봉 닷새 만에 500만 터치다운에 성공, '명량'(14, 김한민 감독)을 위협하는 기록 행진을 시작했다. '전대미문' 포스터 속 카피 문구가 '흥행'이라는 현실로 이뤄진 것.

이렇듯 '부산행'은 충무로 역대 기록을 새로 세운 최고 흥행작 '명량'을 하나 둘 씩 경신하고 있다. 여러모로 리스크가 있는 소재이지만 정차 없이 쾌속 질주 중인 상황.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부산행'의 흥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상반기 적자를 면치 못했던 극장가는 반색했고 유례없는 기록에 웃고 싶지만 변칙이라는 이유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제작자, 뻔한 액션 스릴러에서 벗어난 좀비 재난에 10대부터 60대까지 동요하는 관객까지. '부산행'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극장가 "상반기 적자 만회"

국내 최대 규모인 CGV를 비롯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극장가는 올해 아쉬운 입맛을 다셔야만 했다. 969만명을 모은 '검사외전'(이일형 감독) 외에 쏠쏠한 국내 개봉작이 없었기 때문.

뒤늦게 5월 '곡성'(나홍진 감독), 6월 '아 씨'(박찬욱 감독) 등이 각각 686만명, 414만명을 동원했지만 6개월 동안 세 작품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참혹한 관객수로 극장가를 먼지 날리게 한 것. 대게 7월 첫째 주부터 풀리던 비수기도 중순까지 이어지는 보릿고개가 계속됐다.

이런 극장가의 가뭄을 끝낸 주인공이 바로 '부산행'. '부산행'을 기점으로 극장이 모처럼 북새통을 이뤘다. 개봉 닷새 만에 438억2475만8876원을 번 '부산행'은 '검사외전'이 약 3달간 772억4996만1964원의 수익을 얻은 것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대로 '부산행'의 선전이 계속된다면 올해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할 수 있다는 업계의 반응. 상반기 적자를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는 극장가 효자로 등극했다.



▶ 제작자·투자 배급사 "변칙개봉만 없었다면"

'부산행'의 흥행으로 축제 분위기에 취한 건 극장뿐만이 아니다. '부산행'을 투자·배급한 NEW와 제작을 맡은 영화사 레드피터도 웃음을 감출 수 없는 상황. 순 제작비 86억원으로 만들어 벌써 438억원을 벌었으니 말해 무엇할까.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에 내부는 한껏 고무되어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반칙 노선. 흥행을 노린 얄팍한 꼼수로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

대게 국내 영화는 개봉 전 언론·배급 시사회와 VIP 시사회를 통해 기본적인 스코어를 얻어가고 간혹 기대작은 1~2회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지만 이를 합산해도 5만명을 넘기지 못한다. 1761만명을 동원해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한 '명량' 또한 개봉 전 누적 관객수는 2만2500만에 그쳤다. 그러나 '부산행'은 지난 12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비롯해 15일부터 17일까지 총 8회에 거쳐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고 그 결과 56만이라는 관객수를 얻었다.

다른 경쟁작이 개봉 하기 전 미리 관객수와 스크린 수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죽기살기로 마지막 관객을 끌어모아야 하는 중·소 신작들은 때아닌 관객 가뭄 현상을 느껴야만 했다. '부산행'을 피하려던 7월 세 번째 주 개봉작들은 결국 '부산행'의 유료 시사회로 입소문을 얻는 데 실패했다. 신선한 스토리, 탄탄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 호평받아 마땅한 '부산행'이지만 변칙개봉이라는 오점을 남겨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 관객 "남녀노소 좀비 신드롬"

앞서 언급했듯 '부산행'은 국내 최초 한국형 좀비물이다. 현실 속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강렬한 비주얼, 차별화된 캐릭터들을 구축했다. '부산행'은 국내 영화기술을 총집합한 종합선물세트로 일찌감치 관객에게 입소문을 얻어 개봉 첫 주 만에 무려 53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이한 점은 주로 10~20대 관객층이 선호하는 좀비 재난물임에도 '부산행'은 중장년층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도 상당하다는 점.

대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작품은 중복 관람뿐만이 아니라 중장년층의 극장 유입도 중요한데 그런 면에 있어 '부산행'은 여름 텐트폴 영화 중 중장년 관객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낮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부산행' 내부에서도 젊은 관객층의 중복 관람을 고려해 최고치를 700만명으로 잡은 상태였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너무 폭발적이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연인보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 늘고 있는 것.

여름 시장에 맞는 오락성과 가족 단위의 감동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좀비가 이제 국내 극장가에도 낯설지 않은, 남녀노소 받아들일 수 있는 발판을 '부산행'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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