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도심 `시위대 해방구` 트럼프 "당장 되찾아라" 시장 "놔둬라"

글쓴이: JJisu  |  등록일: 06.12.2020 10:14:06  |  조회수: 269

시애틀 캐피톨 힐 지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점거 중인 구역 앞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관광 명소 ‘캐피톨 힐’이 미 정계와 언론의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캐피톨 힐 중심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자치 구역’을 선포한 뒤 나흘 넘게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각) 시애틀 경찰 두 명이 인종차별 시위대가 나흘째 점거 중인 이른바 '캐피톨 힐 자치 구역'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저지 당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밤 트위터에 민주당 소속인 워싱턴 주지사와 시애틀 시장을 겨냥해 “당장 도시를 되찾아라. 당신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할 것”이라며 “추악한 무정부주의자들은 당장 저지돼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제니 더컨 시장은 “시애틀을 침공해 우리 시를 분열시키고 폭력을 촉발하겠다는 위협은 환영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법일 것”이라며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만들어 달라. (트럼프는) 다시 벙커로 돌아가라”고 맞받아쳤다. 백악관 주변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지하 벙커에 들어가 있었다는 보도를 상기시킨 것이다.

시애틀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점거 중인 구역 앞 도로에 놓인 바리케이드에 '자유 캡(캐피톨) 힐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적혀 있다. 지난 9일 이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사람들이 바리케이드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외신들에 따르면 시위대가 캐피톨 힐 지역의 6개 블록을 장악한 것은 8일 밤의 일이다. 지난달 말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시작된 이래, 시애틀 경찰본부 동부관할 경찰서(East Precinct) 주변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잦았다. 이달 초 일주일 간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서를 지키는 경찰과 “경찰 예산 삭감”을 외치는 시위대 간에 폭력 행위와 최루가스를 동원한 진압이 되풀이되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다.

시애틀 경찰이 철수한 동부관할 경찰서 벽에 지난 9일 '캐피톨 힐 자치 구역'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AFP 연합뉴스

8일 오후 시애틀 경찰 당국은 동부경찰서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경찰서 창문을 널빤지로 막은 뒤 건물을 비웠다. 경찰과 주방위군도 철수시켰다. 카르멘 베스트 시애틀 경찰본부장은 “시위대가 동부경찰서를 지나서 행진할 수 있도록 취한 조치”라고 밝혔다. 더컨 시장도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경찰의 의도와 달리 경찰서를 지나쳐 행진하지 않았다. 경찰이 남기고 간 바리케이드를 이용해 거리를 막고 일대를 점거한 뒤 이곳을 ‘캐피톨 힐 자치 구역’(CHAZ)으로 선포했다. 이들은 경찰서에 걸린 ‘경찰 본부(police department)’ 현판에서 ‘경찰’을 지우고 ‘민중 본부’(people department)로 바꿨다. ‘경찰 금지 구역’이란 플래카드를 걸고 인근 도로에 페인트로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고 써넣었다. 평소 약 500명 정도가 자치구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9일 밤 사회주의 성향 시의원 크샤마 사완트가 시위대를 이끌고 1시간 가량 시애틀 시청을 점령했을 때는 2000명 넘게 모였다.

사회주의대안당 소속인 시애틀 시의원 크샤마 사완트가 이끄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지난 9일 시애틀 시청을 점거하고 제니 더칸 시애틀 시장의 사임과 시애틀 경찰본부에 대한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지역 시위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법·경제·보건·교육 제도에 대한 30개의 요구 사항도 밝혔다. 그 첫 번째는 경찰과 관련 사법기관에 대한 예산을 100% 삭감하고 폐지하란 것이었다. 시애틀 시와 경찰 당국은 시위대와의 대화를 통해 동부경찰서를 되찾고 치안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캐피톨 힐 자치구역'(CHAZ)을 선포한 시애틀 시위대가 자신들의 요구를 담아 만든 홈페이지. "당신은 미합중국을 벗어나고 있다. 자유의회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보인다.

자치 구역을 선포한 시위대에 대한 미국 언론의 반응도 엇갈린다. 진보 성향인 뉴욕타임스는 11일 기사에서 시애틀 상황에 대해 ‘경찰 없는 삶이란 실험은 거리 축제와 공동체로 나타났다. 수백 명이 연설, 시, 음악을 듣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캐피톨 힐 지역은 1960년대부터 동성애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록·펑크 음악을 즐기던 곳으로 독특한 카페 등이 밀집해 있다. 이곳이 시위가 한창인 지금도 시애틀 대중문화의 중심지란 점에 초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는 ‘복수의 언론이 시애틀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turmoil)을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특히 유명한 한 언론사는 그곳을 축제 구역이라고 불렀다’고 비판했다. 또 무장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앞을 지키며 자치 구역에 들어가려는 주민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지역 상인들의 돈을 갈취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 앵커인 숀 해니티는 시위대를 “무장한 안티파(ANTIFA·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 참가자들”로 표현했다. 그러자 CNN은 ‘우파 언론은 안티파 무장 세력이 시애틀 일부를 장악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지 당국의 설명은 다르다’며 ‘긴장 완화를 위해 경찰이 떠난 뒤 작은 구역을 점거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당장 되찾아라" 시장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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