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석 대목은 남 얘기"이상 기후에 애타는 춘천 농가

글쓴이: 이른봄날  |  등록일: 09.05.2019 15:16:29  |  조회수: 67
상품성 잃은 복숭아들

늦장마에 과실 채 영글지 못하고, 태풍 소식에 낙과 피해 비상

"추석 대목에 돈이 되는 특등급을 팔기는커녕 파지(짓무르거나 상처가 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 장사나 하고 있으니 속이 터집니다."

5일 강원 춘천시 대표 과수 재배단지인 신북읍 유포리의 한 복숭아 농가는 추석을 앞두고 직거래를 하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복숭아를 서너상자씩 든 사람들은 흐뭇하게 차로 향했지만, 농장주 김부영(71)씨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농장 한구석에 쌓인 복숭아들을 살펴보니 죄다 상품성을 잃은 것들이었다.

복숭아를 살피는 기자를 본 김씨의 부인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파지 복숭아를 한 상자에 만원에 가져가는 사람들이에요. 못생겨도 맛은 좋거든. 이 값으로 팔면 우리 인건비도 안 나와요"

올여름 하늘은 춘천 복숭아 농가에 유독 모질었다.

봄까지만 해도 김씨는 봉숭아를 그럭저럭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꽃이 필 무렵 종종 찾아오는 냉해도 비껴가고 날씨도 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가 흠뻑 비를 머금어야 할 장마철에 잔뜩 가물더니, 뒤늦은 비가 과실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맘때 햇볕은 과일의 당도를 높이고 착색을 도와 상품성을 높인다.

김씨는 "비가 잔뜩 내리더니 복숭아가 우수수 떨어졌다"며 "그나마 남은 과실에는 약을 쳐도 빗물에 다 씻겨버리니 잿빛곰팡이병이나 순나방이 판을 쳤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거둔 복숭아 중 상품성 있는 것은 지난해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인건비는 올라서 2천500만원가량 썼는데, 건지지도 못할 형편이다.

올봄 대풍을 기대하며 사들인 복숭아 상자는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인근 사과 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포리에서 30년 넘게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유재원(79)씨는 "작황이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가락으로 사과 무더기를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푸른 사과가 잔뜩 놓여 있었다.

유씨는 "저 홍옥 품종은 지금이면 새빨개야 하는데 볕을 많이 못 쬐니 보다시피 알이 작고 색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 역시 사과에 열심히 약을 쳤지만, 빗물에 씻겨나가 병충해에 시달려야 했다.

더 큰 문제는 태풍이다.

기상청이 이번 주말 제13호 태풍 '링링'의 한반도 관통을 예보하면서 낙과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번 태풍은 많은 비뿐 아니라 엄청난 강풍까지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시속 162㎞의 강풍이 과수 농가를 휩쓸고 지나간다면 추석 대목은 물론 한해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게 된다.

올여름 궂은 날씨에 근심한 춘천 과수 농민들은 가지에 지지대를 받치며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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