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눈을 의심했다명동 한복판 건물 현 소유주는 조선총독부

글쓴이: 삼국지정  |  등록일: 08.21.2019 17:13:32  |  조회수: 342
"어머나! 정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지금도 서류가 그렇게 돼 있다고요?" … …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취재를 시작할 때, '어! 이게 말이 돼?' 혼잣말이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건축물 소유자 : 조선총독부 체신국」…2019년 실제 상황

서울 남산 밑자락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의 밀집 거주지였습니다. 식민 통치의 최고 기관인 조선총독부의 청사도 1925년까지 남산 기슭에 있었습니다. 흔히 아는 광화문 앞 청사는 1926년 신축된 건물이고요. 자연스레 일본인 공무원의 관사와 상가가 남산 아래 모여들었습니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과 하야시가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벌인 무대, '혼마치(本町)'도 지금의 충무로역과 명동역 부근입니다. 여러모로 서울 명동은 일제 당시 일본인들의 흔적이 짙게 묻었던 곳 중 하나입니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 강점기에 사정일 뿐이죠. 짧게 잡아도 7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알다시피 지금의 명동은 완전히 다른 곳입니다. 일제 건축물도 모두 철거된 지 오래지요. 일제의 흔적은 모두 사라진 듯합니다. 그러나 놀라움과 황당함의 시작은 바로 여기부터입니다.

명동의 한 건물은 소유자가 '조선총독부 체신국'입니다. 예전 문서가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2019년 현재 유효나 정부의 공문서에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일제 말기 일본 육군 79연대장을 지낸 '하야시다 카네키' 소장도 다른 건물의 소유자로 등재돼 있습니다.

눈을 서울 밖으로 돌리면,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신탁주식회사' 등 수탈의 첨병에 섰던 일제 회사들 명의도 아직 살아 있습니다. 당시 한국인 소작농들을 괴롭혔던 대지주의 소유권 기록도 삭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류대로라면, 2019년 대한민국 국토 곳곳에 옛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 소유의 건물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런 건물이 서울 중구에서만 1,100여 건 넘게 나왔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얼마나 될지 정확히는 아무도 모릅니다. 여태 전수조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적산 환수'의 비극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화근은 '적산 환수'의 비극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적산(敵産)은 '적의 재산'을 줄인 말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자국에 남은 적국(민)의 재산'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당시 살았던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재산을 말합니다.

광복 이후 적산은 국유화가 확고한 원칙이었습니다. 당연한 정의의 실현이지요. 실제로 정부는 「귀속재산처리법」, 「귀속재산처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국유재산법」 등을 제정해 적산 환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광복 이후 상당수 친일 인사가 득세했죠. 일제 잔재 청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6·25로 수많은 자료가 소실됐습니다. 등기소만 50곳 이상 불에 탄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부동산 주인 찾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산 환수를 담당하는 정부의 주무기관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2012년 조달청이 전담하기 전까지 무려 7번이나 주무기관이 바뀌었습니다. 전국에 산재한 부동산 서류를 확인하려면, 전산화가 필수인데 2000년대 들어서야 완료됐습니다. 정부의 의지도, 능력도 부족했던 겁니다.
DISCLAIMERS: 이 글은 개인회원이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article is written by an individual, and the author is full responsible for its content. The viewer / read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s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e articles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e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