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4만명이 사망하는데美는 왜 총기 규제 못하나

글쓴이: 나우드림  |  등록일: 08.06.2019 17:32:54  |  조회수: 85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그랜드아미플라자에서 5일(현지 시각) 열린 총기 참사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우리는 총기 폭력을 멈출 수 있다'고 적힌 인쇄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해 22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불과 13시간 뒤인 4일 오전엔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한 바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9명이 숨졌다.

총기 보유, 헌법상 기본권 인식
全美총기협회는 막강한 로비… 의원들 등급까지 매겨 관리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총기 난사 참사가 잇따르면서 미국의 총기 규제를 향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집권 공화당은 동요하는 기미가 없다. 건국 이래 총기 보유를 국민 기본권이자 국가 정체성으로 여기는 정서, 그리고 정치·사법 논의까지 좌지우지하는 총기 이익단체의 위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총 3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에 관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인종주의적 증오와 백인 우월주의를 규탄한다"면서 "대량살상 범죄자에 대한 신속한 형 집행을 가능케 하겠다"고 했다. 또 "정신질환자를 더욱 잘 식별해 관리하고, 소셜미디어와 비디오게임에서 폭력을 미화하는 풍조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총기 참사를 촉발하는 것은 정신병과 증오일 뿐, 총기가 아니다"라면서, 공공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큰 사람에 대해 한시적으로 총기를 압수할 수 있는 '적기법(red flag laws)' 통과만 촉구했다. 로이터통신과 CNN·NBC 등 내외신은 트럼프가 '일부 정신병자의 소행' '인터넷·게임의 폭력성' '범죄자 처벌'로 화살을 돌린 것은, 미국에 살상 무기가 규제 없이 유통되는 현실을 외면하고 변죽만 울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 발표 3시간 전 트위터에 "총기 구매자 이력 확인(background check)을 추진하겠다"고 썼다. 미국에서 총기는 동네 마트나 온라인몰 등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구매자의 전과나 정신질환 이력을 확인하지 않고, 연령에도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신원 확인은 총기 유통에 큰 장애가 된다. 이 '폭탄 선언'에 식겁한 참모들이 대통령과 긴급 회의를 가진 뒤 성명에선 이 내용이 쏙 빠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 언론들은 "우리보다 더 게임을 많이 하는 한국이나 일본에선 왜 총기 참사가 없나"(CNN) "정신병이나 증오 범죄를 미국이 독점했나? 문제는 미국에 너무 많은 총기"(복스)라고 들끓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언제까지 사람 죽은 뒤 촛불 들고 기도나 해야 하냐"(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고 성토했다.

미국 민간에 풀린 총기 물량이나 살상 능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된다. 미 인구 3억여명이 소지한 민간 총기는 총 3억9300만정으로, 1명당 1.2정꼴이다. 세계 인구의 4%인 미국인이 세계 민간 총기의 42%를 가졌다. 총기 관련 사망 건수도 매년 급증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오하이오 데이턴의 총격범이 온라인 주문한 AR-15는 한 번에 100발이 나가는 반자동 소총으로 30초 만에 9명을 죽였다"며 "이런 무기를 민간에 유통시키는 선진국은 없다. 미국이 미친 것"이라고 했다.

이 느슨한 총기 문화에 가장 기여한 것은 전미총기협회(NRA)라는 거대 이익단체다. 전·현직 대통령과 관료, 의원, 법관 등 여론 주도층 500만명을 회원으로 둔 NRA는 대관 로비와 홍보에만 연 2억~3억달러를 지출한다. 정치인의 협조 여부에 따라 등급을 매겨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인사들은 대부분 'A' 등급으로 최소한의 총기 규제에도 반대한다. 진보 진영과 민주당도 로비와 입법 역량을 쏟아붓지만 '총기 규제법의 무덤'으로 불리는 상원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2012년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이후에도 규제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NRA의 '관리'에 따라 입장이 왔다 갔다 한다. 샌디훅 참사 당시 총기 규제를 주장했던 그는 2016년 대선 때 NRA로부터 약 3600만달러(약 440억원)를 후원받고 입장이 바뀌었다. 그는 지난해 17명이 숨진 버지니아 파크랜드 고교 총기 난사 때도 '총기 구입 최소 연령 상향'을 제시했으나, 다음 날 NRA 회장이 백악관을 다녀간 뒤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다.

미국인에게 총기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식된다. 초기 독립전쟁, 그리고 원주민을 제압하며 이룬 서부 개척사의 산물이다. 18세기 헌법과 수정헌법 2조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돼있다. 여기서 인민(people)은 주별 치안을 맡은 민병대 구성원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으나, 1970년대부터 '모든 개인'으로 해석이 확대됐다. 2008년 전과자의 총기 소지 금지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 이래 '헌법상 무장 권리' 견해가 더 굳어졌다.

DISCLAIMERS: 이 글은 개인회원이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article is written by an individual, and the author is full responsible for its content. The viewer / read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s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e articles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e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