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 파괴하는 '선크림'

글쓴이: 나우드림  |  등록일: 08.06.2019 17:29:36  |  조회수: 125
박흥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사

여름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이맘때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하루 100만 명이 운집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각자 한 손 가득 선크림을 발랐을 때 1인당 10g 정도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약 10톤이 소비된다고 추론할 수 있다. 50드럼 정도의 양이다. 정말 엄청난 양이 해운대 바닷물과 접촉하게 된다. 물론 몸에 바른 모든 선크림이 전부 바다로 녹아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선크림에 함유된 물질들은 결국 바다로 확산되면서 모래나 펄에 가라앉아서 쌓이기도 하지만, 해양 동물에 접촉되거나 섭취될 수도 있다. 심지어 우리 몸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도 있다.

선크림은 크게 유기화합물과 미네랄 미세입자로 구성된 제품으로 나뉜다. 유기화합물로 구성된 제품은 피부 표면에 도착한 자외선을 화학적 반응에 의해 열로 변환해 소멸시키는 원리다. 여러 유기화합물 중 옥시벤존이 현재 시판되는 선크림의 약 70%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자외선 차단물질이다. 인간에게는 해가 없는 물질로 선크림 외에 립스틱, 마스카라, 샴푸 등 500여 종의 화장품에 첨가되기도 한다.

반면, 미네랄 미세입자는 나노 크기의 미세한 입자로 된 제품으로 자외선을 반사하거나 산란시켜서 차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세입자가 다른 오염원으로 부각돼 국제적으로 입자 크기를 제한하고 있다.

결국 선크림에서는 옥시벤존을 첨가한 제품이 대세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이러한 유기화합물의 미세한 농도를 검출하는 장비가 개발되면서 환경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약 60ppt(part per trillion)의 농도에도 산호의 성장을 저해하고, 산호 유생이 기형화되거나 DNA에도 변형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정도면 국제 규격의 수영장(50×20×2m)에 약 30g을 떨어뜨리고 희석시킨 정도의 농도다.여기에 수온이 높아지면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 그 영향은 배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국제산호초기구(ICRI) 보고서에 따르면 열대 해안 관광지 주변 산호초에서 측정한 옥시벤존의 농도는 약 0.1ppm(산호영향 농도의 약 1600배)정도라고 하니 그 영향은 이미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호초가 형성되지 않은 바다여서 이러한 결과를 대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중해에 서식하는 성게에 대한 연구결과를 제시해 본다. 옥시벤존 농도가 50ppm(물 1드럼에 250g을 첨가한 양)일 때 모든 성게에서 세포마비와 유생 발생 저해가 관찰됐다.

지금 미국과 일본에서는 옥시벤존의 허용 농도를 5~6%(약 5만ppm)로 한정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10%까지 허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5%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용량 제한은 오직 피부에 바를 때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검토해 만든 조건이다. 하지만 이보다 10만 배 낮은 농도에서도 해양생물에게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 더욱 중요한 것이 이들 중 일부는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이며, 바다뿐 아니라 대기 중에서 증발된 경우 육상에서도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피부에는 무해하다고 한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인 기준을 자연을 대상으로 보다 포괄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내가 바르는 선크림이 내 피부는 보호하지만 바다 생태계, 나아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범위까지 말이다. 지난해 미국 하와이에서는 세계 최초로 옥시벤존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 사용 금지 법안이 통과됐다. 2021년부터 하와이 해변에서는 해당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이 금지된다. 이러한 일명 '선크림 금지법'은 하와이 제도에 넓게 분포하는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근에 하와이 제도 주변 산호초에서 산호가 하얗게 변색되어 죽어가는 '백화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선크림에 의한 영향을 의심하게 된 것이다.

하와이주에서 결심한 법률은 해양 생태계를 고려한 것이지만, 해양에만 한정될 사항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최근에 부각된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지금 당장 버려진 것이 아닌, 100년 전부터 그 편리함에 무심코 사용했던 후유증이라는 점에서 비슷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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