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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 평가기준은 뭘까

XC90(제조사 볼보), 모델3(테슬라), 제네시스 G90(현대자동차)…

언뜻 공통분모가 없어 보이는 이들 차종에 공통점이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최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인정해줬다는 점이다.

협회는 매년 새로 출시된 차종을 대상으로 각종 안전 테스트를 실시해 최고 등급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 plus)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톱 세이프티 픽’(Top safety pick)을 선정한다. 올해에는 23개 차종이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차종이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기준은 뭘까.

■ IIHS, 가장 까다로운 시험?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는 1959년에 설립됐다. 협회가 차량의 충돌 안전성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으로, 미국 보험업계의 사고 처리를 돕기 위해서였다. 매해 미국 내에 출시되는 모든 차종을 대상으로 충돌 안정성과 충돌 방지 기능 등을 시험한 다음 등급을 매겨 발표하고 있다.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실험은 현존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 중 가장 엄격하다고 평가받는다. 실험 종류가 다양할 뿐더러 실험할 때 적용하는 차량의 속도도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안전도평가(NCAP)를 시행하는데, 정면 충돌의 경우 차량이 시속 56㎞로 달리는 상태에서 고정된 콘크리트 벽에 들이받게 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속도(64㎞)보다 다소 느슨한 기준이다.

특히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서 2012년 처음 도입한 국소부위 충돌 실험은 프리미엄 브랜드에게도 굴욕을 안긴 것으로 유명하다. 협회는 실제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4분의 1가량이 차량이 전봇대에 들이받는 등 국소 부위만 충돌한 경우라는 데에 착안했다.

이런 경우 강한 충격이 좁은 부위에 집중되기 때문에 차체가 충격을 흡수하기 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고급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도요타 등은 이 테스트에서 굴욕을 겪었다. 벤츠 C클래스와 아우디 A4, 렉서스 ES350, 도요타 캠리 등이 모두 최하위 등급인 ‘미흡’(Poor) 딱지를 달았다.

‘톱 세이프티 픽’ 기준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여기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충돌 안전성 실험 6가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좋음’ 등급을 받아야 한다. 충돌 방지 실험 2가지에서도 ‘상급’(Advanced)이나 ‘최우수’(Superior) 등급을 받아야 하며, 헤드라이트 또한 ‘양호’(Acceptable)나 ‘우수’(Good) 등급을 받아야 한다.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는 이런 평가를 받은 헤드라이트가 모든 트림에 장착돼 있을 때만 주어진다.

■ 충돌 시험 6가지…인체 움직여선 안 돼

실험 종류의 숫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가 기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차량이 충돌했을 때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지다. 차체와 인체 모형의 손상 정도가 모두 심각한 수준이 아니어야 하며, 특히 인체 모형에 손상이 별로 없더라도 충돌로 인해 많이 움직였으면 감점한다.

다양한 속도와 각도에서 차량 충돌 실험을 하는 것도 모든 사고 상황에서 차량의 보호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경우 정면 충돌 시험에서는 차량을 시속 64㎞로, 측면 충돌 시험에서는 차량을 시속 50㎞로 달리게 한다. 사용하는 인체 모형도 시험에 따라 다르다. 측면 충돌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두부 충격을 더 많이 받는 만큼 작은 여성과 12세 어린이 인체 모형을 사용한다.

지난해 이뤄진 2020년형 볼보 XC90의 평가를 보면, 협회는 “충돌 이후에도 운전대나 도어 프레임과 운전자 간 거리가 안전한 수준으로 확보됐다”며 “정면과 측면 에어백이 운전자의 머리를 다른 물체로부터 보호했으며, 인체 모형이 다리나 발에 부상을 입을 위험도 낮았다”고 적었다.

테슬라 모델3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에 살짝 못미쳤다. 협회는 “운전자 공간은 확보됐지만 문 경첩 기둥이 (운전자의 공간을) 다소 침범했다”고 했다.

2018년 조수석 쪽 국소부위 충돌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교해보자. 협회는 “운전대나 도어 프레임과 인체 모형 간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며 “문 경첩 기둥이 왼쪽 다리에 상해를 입힐 만큼 많이 침범했다”고 평가했다.

충돌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서 충돌 방지 기능 테스트를 도입한 건 2013년이다. 당시 도입한 차량 대 차량 충돌 방지 기능에 이어 지난해에는 차량 대 보행자 충돌 방지 기능도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안전성 평가에서도 중요한 항목이 되고 있다. 센서와 제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고를 사전에 감지하는 기능의 범위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자동 제동이나 경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중점에 두고 본다. ‘상급’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이 충돌을 아예 피하거나 적어도 시속 8㎞ 이상 속도를 줄여야 한다.

■ ‘우수’, ‘미흡’보다 사망 확률 46% 적어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차는 실제로 안전할까. 실제 교통사고 데이터는 협회의 평가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 편이다. 볼보 XC90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톱 세이프티 픽’에 선정됐는데, 실제 사고에서도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조사기관 대첨리서치(Thatcham Research)의 2018년 발표를 보면, 2002년 볼보 XC90 출시 이후 영국에서 이 차량 탑승자는 단 한 번도 교통사고에서 사망한 적이 없었다.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도 등급과 실제 사고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비교 평가하고 있다. 협회는 14년치의 차량 충돌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차폭 40%가 충돌하는 시험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차량의 승객은 ‘미흡’ 등급의 차량을 탄 승객보다 사망할 확률이 46% 적다고 밝히고 있다.

‘양호’나 ‘보통’(Marginal) 등급을 받은 차량을 탄 승객은 ‘미흡’ 등급을 받은 차량 승객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33% 적다. 국소부위 충돌에 대한 비교 데이터는 아직 없다.

차종별 운전자보조시스템에 대한 비교 데이터도 미비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모든 사고를 운전자보조시스템이 잡아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회가 지난달 펴낸 보고서를 보면, 운전자보조시스템이 방지할 수 있는 교통사고는 전체 중에서 33%뿐이다. 협회가 견인차와 구급차가 출동한 교통사고 5000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61%가 차량 속도나 다른 운전자의 의도에 대한 운전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일어났다.

감지나 인식 오류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33%에 그쳤다. 2%는 차량 결함, 4%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생했다.

<출처 : 한겨레 신문사>